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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이의 Turkey Story] 5. Sentiment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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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노매드 작성일15-09-04 17:26 조회99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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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Sentiment 감상
 
 
감동은 셔터를 누르게 하고 감상은 볼펜을 찾게 한다. 엽서든, 수첩이든 혹은 빈 종이든 , 무어라도 끄적거리고 싶은 욕망을 늘 나는 특별한 여행지에서 경험한다. 그 특별함은 좀 더 쇠락하고, 밀려있고, 버려지거나 남겨진 곳들이다. 일테면 파리의 에펠탑에서 펜을 찾기 보다는 몽파르나스 공동묘지에서 나는 좀 더 홀로 오래 머무른다.
 
터키의 지중해 여행에서 일행과 떨어져 자발적 고립을 선택했던 곳은 두 군데 였다.
 
사갈로소스(Sagalassos)는 고원에 세워진 고대도시다. 해발고도 1,450-1,700m 지점에 유적지로 남아있는 이 도시는 그 잔해만으로도 과거에 얼마나 영화로웠는지를 단번에 짐작할 수 있다. 기원 전 333년 알렉산더 대왕에게 함락당한 후 그리스 문화의 영향을 받았고, 기원전 25년 로마령이 되면서 절정의 시기를 갖게 된다. 518년의 지진과 이후의 아랍 공격 등으로 폐허가 된 사갈라소스는 1706년 탐험가 파울 루카스에 의해 발견된 이후 1985년부터 본격적인 발굴이 시작됐다.
 
 
사갈로소스 오르는 길의 양떼들
 
 
하얀 산이라는 뜻을 가진 아크다으 산 바로 아래에 아고라, 공회당, 도서관, 대형분수, 공중목욕탕 들이 도시 형태로 흩어져있지만 특별한 감상은 원형경기장에서 맞이한다. 터키에서 가장 높은 곳의 고대 극장의 무대는 무너졌지만, 9000석 규모의 객석 들은 비교적 잘 보존돼있다. 객석 꼭데기에 올라서 앞을 보면, 하얀산의 정기를 등으로 느끼면서 앞으로 구릉구릉 펼쳐진 산들과, 마을, 평야가 원근감 있게 보여진다. 그리고 바람 소리였던가, 혹은 검투사들의 함성 소리였던가, 환청처럼 그 어떤 소리를 들었던 것 같다. 지금도 눈을 감고 있으면 원형경기장의 풍경이, 그리고 그 소리가 단번에 두루마리 펴지듯 죽 펼쳐진다.
 
 
 
 
 
 
 
 
파묵칼레 옆 ‘히에라폴리스’에서는 어떤 이에게 긴 편지를 썼다. 혼자 품고 있기에는 이 감상이 너무 벅찼다. 기원전 190년 경 페르가몬 왕국 때 세워진 이 폐허의 도시는 공간적으로 넓고 여백은 충분하다. 원형 경기장을 오르는 언덕에 유채꽃은 만발하고 그 길에서 자유와 해방감과 상상력은 무르익는다. 아스펜도스처럼 보존 상태가 좋으면서도 경치는 압도적으로 더 좋다. 1,200개의 무덤이 있는 헬레니즘 시대의 공동묘지도 히에라폴리스에서 볼 수 있다. 죽은 도시를 바라보며 아래쪽의 관광객들은 수영과 온천을 즐긴다. 고대와 현대, 죽음과 삶, 지(止)와 동(動)의 대칭들이 천연덕스럽게 공존하는 곳, 히에라폴리스에서 시간과 공간은 여지없이 무너진다. 어느 해, 내 뼈 위에서 누군가는 파티를 즐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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