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톱배너
미디어_뉴스

[뚱딴지 부부의 사는 게 여행]느리지만 오래 지속되는 행복

페이지 정보

작성자 노매드 작성일12-09-03 16:07 조회1,547회 댓글0건

본문



이 여행은 인천공항에서
닝보(寧波, 영파)행 진에어를 탑승하는 스케쥴. 닝보에 도착하여 쑤이창에 가면 무엇을 보는 건지, 어디에서 먹고 자는지, 아는 거 하나도 없이 얼렁뚱땅 출발했어요. 공항에 앉아 비행기가 출발하길 기다리는 동안, 제 머리가 끊임없이 절구질을 해댄 모양입니다. "어이, 딴지~ 그냥 누워서 자!" 샹그릴라 대탐방의 인솔자였던 오라버니의 말씀입니다. 오라버니도 저와 같은 신세로, 세 시간만에 다시 중국으로 향합니다. 이번 여행은 레드팡닷컴의 구성원들, 신문·방송 기자단, 여행사 직원이 참여하는 팸투어였습니다.

제가 샹그릴라 여행을 떠난 날이 6월 21일. 그 다음날 22일에는 미스터 뚱이 닝보로 향했습니다. 좀더 성능이 좋은 카메라는 제가, 미스터 뚱은 오래 전 사용하다 장농서랍 신세가 된 작은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진에어 전세기가 취항한 닝보새로운 상품을 기획하러 떠난 것이지요. 그동안의 경험과 지식을 동원하여 미스터 뚱이 일단 마음에 둔 곳은 무이산(武夷山) 여행이었을 겁니다. 무이산은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굳이 홍보하지 않아도 이미 대중에게 익숙한 명승지니까요.

그렇게 저는 샹그릴라를 여행 중이고, 미스터 뚱은 또 미스터 뚱대로 닝보 주변은 샅샅이 돌아보고 있었죠. 이틀에 한 번 꼴로 미스터 뚱이 전화를 걸어와서 서로의 안부를 확인했습니다.

"지금 여보가 여행하는 곳은 어때, 좋아?"

"쑤이창에서 떠나질 못하겠어. 앞으로도 계속 여기 있을 거 같아."

"왜? 근데 쑤이창이 어디에 있는 거야?"

"절강성. 여기 대나무숲이랑 원시삼림이 아주 근사해. 마을 사람들이 얼마나 친절한지 녹차랑 맥주를 공짜로 막 주는 거야. 돈을 줘도 안 받아. 지금까지 중국여행하면서 이렇게 인심 좋은 마을은 처음이다. 농사도 유기농 농법으로 짓고, 온갖 채소랑 대나무 제품이 끝내준다."

이 말을 듣고는 제가 뭐라 했겠습니까?

.

.

.

"에구, 누가 업자 아니랄까. 오버하지마~!!!"

미스터 뚱에게 면박을 주었지요. 미스터 뚱의 안목을 누구보다 신뢰하지만. 미스터 뚱이 느낀 감흥을 저도 똑같이 느낄까요? 닝보에서 쑤이창까지는 버스로 차분히 달리면 4시간 30분이 소요됐습니다. 창밖으로 대나무숲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걸 보니 미스터 뚱의 풍경 묘사가 거짓은 아니었습니다.

달리는 버스의 창밖 풍경이 낯설지가 않습니다. 저 어릴 적 시골 할머니댁에 온 기분이었어요.

눈부시게 화려하고,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제가 사는 도시의 삶과는 동떨어진 농촌 풍경이 마음을 푸근하게 합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에서 이런 생각이 불쑥 불쑥 드는 겁니다.

"계속 이런 시골마을이 이어지는 거 아니야? 시골은 한국에도 있는데, 어흥!"

그런데 이상합니다.


샹그릴라 대탐방에서 티베트인들의 성지, 설산과 같은 비현실적이며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풍경을 막 보고 온 터라, 이렇게 눈에 익숙한 풍경에는 별 감흥이 없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어느새 차분하고 부드럽게 가라앉는 제 마음이 느껴집니다. 말 그대로 릴렉스, 마음이 평온해지는 기분이 들었죠.

항저우를 비롯하여 절강성은 살기 좋은 고장입니다.

동쪽에서 해안 풍광이, 서쪽으로는 푸른 계곡과 산봉우리가 넘실거리는, 물 맑고 짙푸른 녹음이 우거졌습니다.

항저우의 룽징차(용정차)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익숙한 명차(名茶)인데요. 알고 보니 쑤이창에서 나는 용곡려인차(龍谷麗人茶)도 명성이 높더라고요. 국제 차 박람회에서 금상을 수상했다고 해요. 한편, 용곡려인차는 중국 국가 유기농산품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습니다. 쑤이창현이 가까워질수록 녹차밭이 드넓게 펼쳐집니다.

제게 더없이 푸근하게 다가오는 쑤이창이 여행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도, 다름아닌 '시골 마을의 추억'을 안겨주는 것인가 봅니다. 어릴 적 엄마 품에 안겼을 때 느꼈던 더없이 푸근하고 안정된 느낌을 선사하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요?

쑤이창에 도착한 첫날은 바로 꿈나라로 직행. 현급 도시에 깔끔하고 시설 좋은 호텔에서 쾌적한 수면을 취하고 느지막이 일어났습니다. 미스터 뚱은 밤늦도록 뭔가를 정리하고 쓰는 것 같았는데, 아침 일찍 일어나서 정장으로 차려입고 넥타이까지 맸더라고요.

샌들을 벗고 제가 가져온 구두를 챙겨 신은 걸 확인했으니, 뭐, 제가 할 도리는 다 했습니다~.

공식 행사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쑤이창을 여행했어요.

뭔가를 고장내기 잘하는 미스터 뚱이 작은 디지털 카메라를 망가뜨렸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없는 동안 사진을 죄다 핸드폰으로 찍었답니다.

여행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앞으로 조곤조곤 들려드릴게요. 오늘은 쑤이창을 여행하고 느낀 '전체적인 감상'만 적어 보려고 해요.

쑤이창현은 중국에서 생태시법구역으로 지정된 도시입니다.

현의 전체 면적 중 81.3%가 산림입니다.

최고 해발의 산은 1724m, 1000m 이상의 산들이 703개에 달하는 '제 눈에는 특이한 도시' 더라구요. 그중에서도 대나무 숲이 으뜸이에요. ^^

아열대의 울창한 대나무 숲과 원시삼림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아름답더라고요.

계단처럼 이어진 다랭이논밭, 이른 아침 밥 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른 농촌마을 가옥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눈도, 마음도, 가슴도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뭐랄까?

샹그릴라 대탐방이 무언가 성취하는 기쁨을 선사하면서, 제 뇌의 도파민 분비를 자극하여 즐거움과 쾌감을 안겼다면, 쑤이창 여행은 제 뇌에서 세로토닌 분비를 원활하게 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세로토닌은 마음이 평안하고 안정될 때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명상이나 숲을 산책하거나, 햇볕을 쬐고 있을 때 증가합니다).

우리의 일상이 뭔가 한 가지 더 화려한 스펙을 채우기 위해 날마다 분주했다면, 쑤이창에서의 4박 5일은 잠시의 느긋한 공백을 즐기는 여유로움을 만끽했답니다.

시원스레 떨어지는 폭포수가 샹그릴라 대탐방에서 알게 모르게 쌓인 스트레스를 날려줬습니다.

미스터 뚱이 왜 쑤이창을 떠나지 못하고, 이곳에 마음이 사로잡혔는지, 서로 말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전해지더라고요.

진짜 압권은 미스터 뚱 말대로 시골마을이었습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렇게 친절해도 되는 거예요?"

시골 마을에서 기른 돼지로 '민가에서 요리한 점심식사'가 준비되었는데요.

마을 사람들이 정말 친절해서 어찌해야 좋을지 모를 정도였어요.

집안 구경을 스스럼없이 시켜주는가 하면, 스무 명이 넘는 우리의 일행에게 직접 기른 녹차를 대접해주고, 밭에 자라는 나무에서 딴 杨梅(양메이)를 맛있게 먹는 우리 일행에게는 잠시만 기다리라더니 '시어머니, 며느리, 딸' 3대가 나무로 올라가 양메이를 비닐봉지 가득 따온 거예요. 가지고 가서 먹으라고요. 녹차를 한봉지 선물 받은 분, 말린 고구마를 한봉지 선물 받은 분까지. 아… 이 마을 사람들 어쩌면 좋아요?

민가에서 차려준 점심식사가 참 맛났습니다. 이 지역 사람들은 염분을 적게, 기름도 적게 하여 요리를 합니다. 쑤이창이 장수촌이 된 이유를 음식에서도 알겠더라고요. 쑤이창에서 가장 오래 산 분은 무려 140살까지 살았다고 해요.

마음껏 먹으라고 내놓은 밥통만 봐도 마을의 인심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40분 정도 배를 타고 협곡을 여행하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아열대기후라 요즘은 무척 더워요. 이 더위는 7월까지 이어지고, 8월부터는 조금씩 선선해진다고 하는데 걸을 때마다 땀이 뚝뚝 떨어집니다. 그런데도 신기하게 마을의 가옥에는 에어콘이 구비된 집이 거의 없어요. 마을 주민 말로는 숲이 울창해 밤이면 서늘해지고, 집이 흙집이라 낮에도 선선하다고 해요.

유기농 마을로 가는 길입니다.

중국에서 생산된 먹거리에는 누구나 불신이 있을 거예요. 저 역시 석연치않은 눈빛으로 중국음식을 보곤 합니다. 요즘은 중국 여행을 하면서 길거리 음식은 거의 먹지 않아요. 그런데 알고보면 중국에도 유기농 마을이 여럿 있습니다. 여행하면서 '친환경농법, 유기농 재배'라 적힌 간판을 많이 보았던 거죠. 실제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마을에는 이번에 처음 가보았습니다.

사실, 여행자의 눈으로는 진짜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는지 알 길이 없어요. 논에서 오리가 목격된다는 것 외에는요. 아무튼 이곳이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또 그 방법을 여러 마을에 전파 중이라고 합니다~.

이곳에서 먹은 여러가지 요리는 맛이 아주 좋았어요. 중국 음식에는 화학조미료가 많이 들어가요. 그래서 TV 방송에 출연한 요리사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화학조미료나 鸡精(닭고기 다시다)를 넣는 장면을 볼 수 있어요. 이곳에서 만든 음식에는 일체의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았다고 해요.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느꼈답니다.

마지막 날 밤은 온천. 매일 아침마다 탕의 물을 싹 빼고 온천수를 다시 채워 넣습니다.

오후 1시부터 온천이 가능한데요. 아열대기후에서 여름철 한낮의 온천은 쪄죽습니다~ ^^

온천은 밤에 해야죠. 낮에는 가벼운 마을 산책 혹은 에어콘 빵빵한 방에 누워 가볍고 재미난 책을 읽는 것도 좋을 거예요.

대나무가 우거진 숲과 원시삼림에서 바람이 전해주는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마음도 몸도 릴렉스되는 여행 쑤이창에서 경험했습니다.

일상의 소란스러움과 복잡함을 잊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은 상태, 짙푸른 녹음을 바라보며 가볍게 산책하고, 인심 좋은 마을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흐르는 정을 교감한 값진 추억을 안고 돌아왔어요.

때로는 우리에게 빡빡한 스케쥴보다,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리조트에서 휴양을 하는 것보다

소박하고 익숙한 자연환경 속에서 '여백이 충분한 여행'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점에서 미스터 뚱이 쑤이창을 떠나지 못한 게 아닐까? 생각이 들고요.

'비어 있는 시간'은 곧 내 안의 에너지가 충천되는 시간!

여행자에게 푸르고 울창한 숲에서 '삶의 여백과 공백의 중요성'을 느끼게 해준 쑤이창의 풍요로운 자연은 화려하진 않지만 은은한 매력이 충만했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느리지만 행복이 오래 지속되는 여행'을 한 거 같아요.

어쩌면 기대가 크지 않았고, 오랜만에 남편을 만난 기쁨이 절 행복하게 했는지도 모르지요^^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