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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문트의 터키유랑기]Ep.03 무식한 일정이라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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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노매드 작성일12-08-17 16:53 조회1,89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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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500년전에 지은 요새인 루멜리 히사르에서 바라본, 마치 커다란 강물같아 보이는 좁은 해협은 처음 보는 광경이라 그런지, 조금은 신기해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서있는 이곳, 루멜리 히사르는 유럽지역인데 바로 눈앞에 생생하게 보이는 건너편은 아시아지역이라는 것이 뭔가 현실감 없게 느껴졌다고나 할까요?

어쨌든 시원한 바닷바람과 탁 트인 보스포루스 해협의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며, 성벽 위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했습니다.얼마나 쉬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피로가 상당히 풀리는 것을 느낄수가 있었습니다.

물론 맥주 한캔이 있었다면, 완벽한 회복이 되었겠지만요. ^^

성벽을 바라봤을 때 왼쪽으로 올라왔으니, 이제는 반대편인 오른쪽으로 가보기로 하였습니다.

공연장으로 쓰일만한 장소도 있었습니다.


루멜리 히사르는 그리 작은 요새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만리장성같은 광대한 건축물은 아니기에 반대편에서 반대편까지 한 15분에서 20분 사이에 갈수는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여유있는 걸음으로 말이죠.)


해협을 바라보고 왼쪽편에 오르니 또다른 풍경이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저 멀리 부자들의 전유물이라는 '요트'도 보입니다.

여행안내 책자에 따르면, 저 다리는 '보스포루스 제2대교'로 추정됩니다.

루멜리 히사르에서 바라본 보스포루스 해협의 풍경을 어느정도 즐겼고, 꽤 괜찮은 휴식을 통해 체력도 회복을 시켰지만, 저에게는 정말, 진실로, 너무나 간절하게, 맥주 1캔이 절실했습니다.


게다가 이제는 아까 힘겹게 먹었던 시미트 빵 또한 소화가 되었는지, 조금 과장해서 표현한다면 뱃가죽이 등가죽에 달라붙기 직전인 상태.


아무리 좋은 풍경을 보고, 멋진 경험을 한다 하더라도, 이제는 허기에 지친 나머지 그리 감흥이 올것 같지도 않은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사실 남자란건 가식과 허세로 뒤덮여 있는 존재라, 아무리 배가 고파도 그리 잘 티내지 않는것이 대부분일텐데(특히 미녀와 함께 있을 때는), 16년간 독거노인으로 살아온 '솔로' 골드문트 선생에게는 그런게 별로 갖추어지지 않았는지, 이 때에도 당당하게 힘들어서 더이상 구경 못하겠으니 어서 내려가자, 라는 말을 하고 말았던 것이었습니다.


골드문트 : 저.. 저기요. 배고파서 더 이상 못보겠는데, 내려가면 안될까요?


미녀 A : 음... 조금만 더 있다 가고 싶은데요?


미녀 B : 올라온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골드문트 : 제, 제가 늙고 허약하다 보니, 허기에 약해서... ㅠㅠ


미녀 A, B : (한심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알았어요. 5분만 있다 가요.


골드문트 : 가... 감사!!!


뭐 대충 이런 상황이었으나, 쪽팔림은 잠시 뇌리를 스쳐 지나갈 뿐이었고, 이제 '밥'을 먹으러 간다는 생각에 가슴은 마치 헤어졌던 연인을 만나러 갈 때처럼 두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어쨌든 잠시 후 루멜리 히사르에서 내려오게 되었고, 버스를 타러 가기 위해 좁은 해협의 옆길을 걸어가며 또다른 풍경을 즐기기 시작하였습니다.


꽤 다양한 종류의 배들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앗!! 그런데 이때, 친구와 함께 놀러 나왔는지,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찍고 있는 터키 미녀를 발견!!!


카메라를 들이대고, 사진 한장 찍어도 되겠냐고 물어보니, 흔쾌히 포즈를 취해줍니다.

고마웠던 터키의 미녀


아....


만약 일행이 없었다면, 이 아가씨에게 '수작'을 걸었을텐데, 안타깝게도 그럴만한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터키 미녀의 사진을 찍든 말든, 말을 걸든 말든, 저와 동행했던 미녀 A양과 B양은 조금도 신경쓰지 않고 휘적휘적, 무소의 뿔처럼 곧장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으니, 도저히 이 아리따운 아가씨와 말을 섞을 여유가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저를 향해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내고 있는 터키 미녀를 뒤로한채, 저는 눈물을 머금고 어느새 수십미터 앞으로 사라져가고 있는 미녀 A양과 B양에게 합류하였습니다. ㅠㅠ


그런데 걷다보니 이곳에서 수영을 하는 터키 아저씨들을 꽤 많이 만날 수 있더군요.

물로 뛰어드는 터키 바다 사나이들...

뭔가 신나는 노래를 부르며 튜브에 매달린채 '항해'를 하며 호연지기 가득한 모습을 보여주는 이 터키 '바다 사나이'들의 모습을 보며, 저는 터키 미녀와의 인연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며 계속 자책하던 저의 궁상맞은 생각을 서서히 던져버릴 수가 있었습니다.

호연지기 가득한 터키 바다 사나이들의 위용!!!

그런데 확실히 터키에는 여행 온 한국인 학생들이 꽤나 많았습니다.


버스정류장 근처에서 한국인 남학생들을 무더기로 만나게 되었고, 결국 이들과 다시 합류. 싸고 괜찮은 식당으로 안내해주겠다는 말을 거절할 이유는 전혀 없었고, 고마운 마음으로 이들의 안내를 받아 탁심광장 쪽의 이스티클랄 거리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탁심 광장은 신시가지의 중심인데, 우리나라로 치면 아마 명동거리쯤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쨌든 다시 버스를 타고 탁심 광장에 도착.

역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길가의 시미트빵 판매점

탁심 광장은 꽤 넓었습니다.


과거 이곳에서 정치적인 모임과 시위가 벌어졌었다고 하는데, 역시 세계 어느 나라나 정치가 문제입니다. -_-

이렇게 보면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곳은 버스와 차들로 꽤 붐비는, 복잡한 장소입니다.

광장 중앙에는 터키 공화국 기념비가 있는데, 1928년 이탈리아 건축가 피에트로 카노니카가 만든 것으로, 터키의 독립전쟁과 공화국 탄생을 기념하는 조형물이라고 합니다.

터키 공화국 기념비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조형물들의 역동적인 모습을 볼수가 있습니다.




터키 공화국 기념비를 지나가자 광장 남쪽으로 뻗어있는 이스티클랄 거리가 보입니다.


이곳은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나라의 명동과 비슷한 분위기를 보여주는 거리입니다.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이스티클랄 거리의 모습


길 한가운데로 빨간색 전차가 지나갑니다.

어떤 분위기인지 확실하게 아시겠죠?

이스티클랄 거리 남쪽으로 조금 내려가다가 좌회전을 해서 그 남학생이 추천한 식당에 도착했습니다. 드디어, 드디어 제대로 된 터키 음식을 먹는다고 생각하니, 아주 그냥 가슴이 벌렁벌렁 해지면서 흥분이 되더군요. -_- 그런데, 대략 난감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아직 터키 음식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이 곳은 여러 음식들중 자기가 먹을 걸 골라 한접시씩 주문하는 방식이더군요.


터키 음식이라고는 케밥밖에 모르는 저로서는 상당히 어려운 주문이었는데, 어쩔수 없이 음식의 형태와 색깔을 보고 대충 짐작해서 주문을 할 수밖에요.


그렇게 저의 힘들었던 터키의 첫번째 식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발칸 식당(BALKAN LOKANTASI)의 모습

입구쪽에서 음식을 선택하면 접시에 담아줍니다.


음식의 양은 적당히 알아서 담아주는데, 다양하게 먹으려면 반만 담아달라고 해도 괜찮을것 같습니다.


형형 색색의 요리들...

여기서 저의 실수가 있었습니다.


한접시에 반씩 담아서 여러 종류의 음식들을 맛보는 게 현명한 방법이었을 텐데, 배는 고프고, 끓어오르는 식탐이 이성적인 판단을 가로막아 꽉 채운 세접시를 주문한 것이었습니다.


하아....


게다가 '밥'은 왜 주문한건지... -_-

이건 뭐 돼지새끼도 아니고... -_-

주문한 세 요리 모두 꽤 느끼한 맛.


어떻게 해서든지 남기면 안된다는 생각에, 필승의 신념으로 무장, 꾸역꾸역 입에 집어 넣었고, 하루 종일 땀을 흘린 탓에 같이 주문했던 콜라 한캔은 금세 동이나 버렸는데, 아뿔싸... 다른 음료수를 먹어보겠다고 이 상황에 '아이란'을 집어온게 저의 결정적인 패착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아이란(Ayran)은 터키의 요구르트인데, 우리나라에서도 맛볼수 있는 떠먹는 요구르트입니다. 단지 다른점이 있다면, 달게 가공한 우리나라의 요구르트와 달리 아이란은 단맛은 전혀 없고, 짠맛만 느껴진다는 것. 그러니 어떤 상황이 벌어졌겠습니까. 요리는 죄다 느끼하고, 목이메어 마시는 음료수는 짠맛이 가득.... -_-


뭐 나중에는 아이란에 중독되어 입에 달고 살았지만, 이때만 해도 저는 터키 초짜라 도무지 제대로 입에 넘길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게 바로 아이란입니다.

어쨌든, 정말 잊어버렸던 '군인정신'까지 되살려 주문했던 음식을 마치 '할당량'이라도 되는듯 입안으로 꾸역꾸역 밀어 넣었고, 저는 그 후 몇시간 동안 느끼해진 속 때문에 꽤나 고생을 해야 했습니다.


어쨌든 식사는 무사히 마쳤고, 배도 채웠겠다, 이제는 또다른 곳으로 이동을 해야 할 시간이었습니다.


다음 장소는 피에르 로티 찻집.


이곳은 이스탄불 구시가지의 북서쪽 끝에 위치한 에윕 술탄 자미 뒤편 산 언덕에 자리한 찻집인데, 프랑스의 작가였던 피에르 로티가 이곳을 즐겨 찾은 것에서 유래해 피에르 로티 찻집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남학생들은 예전에 가본 곳이라며 다른 장소로 향했고, 결국 저와 미녀 A, B만 남아 택시를 타고 그곳으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훗, 남학생들 따위...)


택시기사가 내려준 곳에서 조금 걸어가보니 에윕 술탄 자미가 나왔는데, 터키 도착후 이슬람 사원 내부에는 처음 들어가보는 상황이다 보니 조금은 기분이 묘하더군요.


에윕 술탄 자미의 모습


이곳은 사원에 입장하기 전에 손과 발을 씻을수있는 장소입니다.

사원의 뒷편으로 돌아가서 조금 걷다보니 케이블카를 운행하는 장소가 바로 눈에 들어왔습니다.


케이블카 타는 곳

산이 그리 높지는 않았으나, 굳이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가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바로 케이블카에 탑승. 비용은 대중교통과 똑같은 1.75TL입니다.

저 윗쪽에 피에르 로티 찻집이 있습니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니 바로 피에르 로티 찻집이 나오더군요.


이곳의 가격은 그리 저렴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먹을만한 가격.

이곳은 이스탄불의 명소답게 꽤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찻집이었습니다.


전망도 훌륭하고 산 위에 있어서 바람도 선선하게 불어와 쾌적한 분위기를 연출해 내었는데, 뭐 이정도 분위기면 아이란을 2TL 받는다고 투덜대선 안되겠죠.

저는 큰맘먹고 비싼 터키쉬 커피를 주문!!!


해는 저물어오고, 배는 부르겠다, 실패한 주문으로 느끼해진 배를 터키쉬 커피가 다시 깔끔하게 만들어 주었겠다, 게다가 2명의 미녀와 함께한 시간은 환상 그 자체였으니....


아아.


이곳 피에르 로티 찻집은 터키에서의 첫날밤을 그야말로 완벽하게 만들어 주었던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완벽하게 모든것을 가졌다고 해서 남들도 그러리란 법은 없는 것이지요.

여기 한떨기 불쌍한 중생들을 보라.... ㅠㅠ

앞으로의 여행일정과 이런저런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나누다 보니, 어느새 완전히 캄캄해져 버렸고, 이곳에서는 또다른 아름다운 야경을 볼수가 있었습니다.

세계 어느 도시나 야경은 늘 아름답게 보이는것 같습니다.

숙소로 돌아가기전 기념사진 한장.

다시 우리는 택시를 타고 술탄 아흐메트역으로 이동했고, 이곳에서 각자의 숙소로 향하며 서로 작별의 인사와, 여행의 안부를 걱정해주는 인사를 나누고 아쉬움을 남긴 채 헤어졌습니다.


그런데 숙소로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조명이 비치는 아야 소피아 성당과, 술탄 아흐메트 자미는 저에게 또다른 멋진 모습을 보여주더군요.

아야 소피아 성당

술탄 아흐메트 자미

라마단(라마잔) 기간이 시작되는 때라 술탄 아흐메트 자미에는 마치 크리스마스 전등처럼 불이 밝혀 있었는데, 교회에 걸려있는 크리스마스 전등을 볼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느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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