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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이의 중국이야기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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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노매드 작성일12-08-13 16:04 조회1,63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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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레인이의 중국이야기 9

-타이꾸이

2003. 05. 28 수요일
딴지관광청
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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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은 어떻게 하면 손해보지 않고 팔까를 염려하고, 소비자들은 어떻게 하면 싸게 잘 샀다고 소문이 날까를 궁리한다. 그래서 흥정이라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고, 어찌보면 그 행위는 시장에서 느낄 수 있는, 아니 놓칠 수 없는 하나의 재미일런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시장이 중국에 있다면...?

그럼, 또 얘기는 달라진다. 보통 사람들은 재미를 느낄 새도 없이 짜증이 먼저 나 버리니까! 손해보지 않고 파는 정도가 아니라 일단 외국인들이라면 터무니없는 금액을 제시하고, 바가지를 잔뜩 씌워 비싸게 팔아 버리려는 그들의 빤한 속셈이 시장에서의 재미를 느낄 수 없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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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별난 시장 풍경과 그들의 상행위에 질린 나는 물건 살 일이 있을 때마다 '타이꾸이(太貴, 너무비싸)' 를 입에 달고 다녔다. 심지어 1 원에 5 개쯤 주는 오이도 타이꾸이라며 한 개 씩 더 받아오곤 했으니 그들 입장에선 내가 완전 진상되신 손님이었을 거다.

우리나라 인사동과 비슷한 느낌이 나는 텐진의 고문화거리에 놀러 갔을 때였다. 고급스런 골동품이 멋지게 진열되어 있는 상점은 언제나 내 관심 밖이라 난 좌판이나 길거리에 아기자기하게 늘어놓은 물건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몇 백 년이 되었다지만 검증되지 않은 말 뿐인 골동품과 작은 악세사리, 황제의 딸이 썼을 법한 손거울이며, 열쇠고리들, 오래된 카메라나 동전, 유리 선글라스, 부채 등을 둘러보고 있는데, 빨간 구슬이 앙증맞게 매달린 비녀가 눈에 들어왔다.

머리를 틀어올리고, 그 사이에 꽂으면 이쁘겠다 싶어 가격을 물어보니... '400 원(약 52,000원 정도)' 이란다.

입이 쩍 벌어졌다. 이 작은 비녀가 400 원이라니... 보통 중국사람들의 한 달 월급을 훌쩍 넘겨 버리는 금액에 놀라 아저씨 눈만 멀뚱거리고 쳐다보고 있으려니, 아저씨가 비녀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한참 무언가를 중얼거렸는데 내가 알아들은 몇 마디 말은 '몇 백 년은 족히 된 진짜 오래 되고, 귀한 물건이다.', '어느 시대의 공주가 사용했던 물건이다.', '400 원이면 정말 싼거다.' ... 정도였다.

난 슬며시 비녀를 내려 놓았다. 그리고, 흥정을 시작했다. '난 학생이라 돈이 없어여..', '싸게 해주세여..', '아저씬 정말 좋은 사람같아요.', '난 중국이 너무 좋아요.'... 등등의 말도 안되는 얘기를 늘어 놓으니 아저씨가 물어본다.

'얼마면 되는데...?'

난 주저없이 '10 원!' 이라고 얘기했고, 아저씨는 어이가 없으신지 웃으시며 양 손을 내저으셨다. 나중엔 말도 안 된다며 그냥 가 버리라고 화를 내기도 하고, 다른 물건을 쥐어주며 이런 것은 10 원에 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끈질긴 레인은 '저 비녀가 너무너무 맘에 들고 10 원이면 얼른 사 가겠다.' 며 이제 흥정을 넘어서 땡깡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400 원이란 비녀가 반 값으로 뚝 떨어진다. 200 원!

400 원도 싼 거라며 버티던 아저씨가 순순히 반을 내려 불렀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아저씨와 레인의 밀고 당기기가 시작됐다. 난 10 원에 1 원을 더 붙여 11 원을 불렀다.

아저씬 한참을 웃어대더니만, 100 원에 가져가란다. 그 이하는 절 때 안된다고...

얼씨구... 400 원에서 100 원으로 내려왔는데, 안되는 게 어딨냐!? 12 원을 불렀다.

......

결국, 내 끈질김에 아저씨는 400 원짜리 비녀를 18 원에 넘겼다.

이게 중국 시장의 흥정이다. 반 값 정도 깍아 부르는 게 중국에선 '그래 나 돈 많아.' 일 뿐이다. 물론, 물건에 따라 그리고 주인의 양심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 이후로 난 제 값에 물건을 산 적이 없다. 옷시장이나 야채가게나 골동품가게.... 백화점에서도 깎았다.

한 번은 한국으로 돌아가는 친구가 다기세트를 사 가고 싶다길래 같이 가게에 갔었다. 우리가 들어서자마자 주인은 작은 주전자 하나를 꺼내들더니, 땅에 내려놓고 그 위에 서며 우리에게도 올라가보라는 둥... 주전자 주둥이에 바람을 넣어 뚜껑이 들썩이는 것을 확인해보라는 둥.. 정신없이 구는 거다.

일단, 친구에게 맘에 드는 게 어떤 건지 물어보고 다른 것들을 이리저리 만져보고 가격을 물어봤다. 그리고, 관심없는 듯 다른 곳에 한 눈을 팔면서 원래 사고싶은 것이 얼만지 슬쩍 물어보니 처음에 만졌던 것 보다 100 원은 싸게 부른다.

여지없이 흥정에 들어갔다. 10 원부터...

물론, 다기세트를 10 원에 부르는 것은 좀 말이 안되는 짓이긴 하다. 그러나, 그건 일종의 내 흥정 방법이었다. 10 원이라고 웃으며 얘기하면 대부분의 주인은 농담이겠거니 하며 웃음으로 받아 넘긴다. 그럼 그때부터 맘 속에 생각해 두었던 적정 금액까지 서서히 올라가는 거다. 좀 불리한 상황일 땐 물건의 흠집을 찾아내면 된다.

다기의 경우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주전자 손잡이 옆 작은 구멍에 무지하게 놀라는 척 하며 호들갑을 떨어댔더니 320 원 하는 다기세트가 80 원에 우리 손으로 넘어왔다. 작은 주전자도 몇 개 곁들였으니.. 이번 흥정도 꽤 성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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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물건을 살 땐 맘에 드는 것을 먼저 짚지 않는 게 좋다. 제일 먼저 물어보는 것에 관심이 있는 줄 알고 비싸게 부른다. 마치 살 것처럼 여기저기 둘러보고 만지작 거리다가 얼마인지를 물어보고, 정작 살 맘이 있는 물건을 세,네 번째에 슬쩍 물어본다.

그럼 대부분은 건성으로 대답하거나 첫번째 물건보다는 싸게 부를 것이다. 그럼 그 때부터 흥정을 시작하는 거다. 터무니없이 싼 금액을 불러 조금씩 위로 높이거나 적정가격에서 조금 낮은 금액을 부르고 버텨라.

흥정이 되지 않을 땐 미련없이 가게를 나서면 된다. 아마도 열에 예닐곱은 다시 가게로 불러 들일 것이다. 그리고, 몹시 인심좋은 듯한 표정으로 '가져가' 라며 물건을 내어 줄 것이다.

물론, 이것저것 물어보고 사지도 않는다며 지랄거리는 주인도 있는데, 알 수 없는 중국말로 땍땍거리거나 눈알을 파버리겠다는 듯이 손가락질을 해대며 흥분하는 주인에게는 살짝 웃으며 '팅부동' 이라고 하면 된다.

'팅부동(ting bu dong)' 은 '잘 못 알아 듣겠어!' 라는 말인데, 경험상 이 말처럼 간단하고 쉽게 주인을 맛가게 해 버리는 말이 없다. ^^

중국은 상행위로는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나라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오죽하면 '중국사람한테 물건 팔아 먹을 넘' 이란 말이 있겠는가(없음말구)...!

그렇다고 '그래, 니들은 정말 뛰어난 장삿꾼이야.' 감탄하며 그들 장단에 춤을 출 순 없다. 그들이 한국 사람을 봉으로 알게 그냥 둬선 안된다. 중국에선 물건을 살 땐 잊지마라.

타이꾸이! 다. 절대 반 이상 깍아야 한다.

. . . . . .

친구들 사이에서도 전설이 되어 버린 내 18 원 짜리 비녀를 머리에 꽂고 다시 한 번 고문화거리를 놀러갔었다. 일본으로 돌아가는 친구에게 선물할 것이 없나... 좌판을 기웃거리는데, 아저씨가 묻는다.

'너 그거 얼마에 샀어?'

'얼마게요? 마초바여~ ^^'

'-.- ... 말해바'

'18 원요! 으하하하하하 ^^ 싸죠?'

'푸하하하!! 우린 그거 10원에 팔어.'

아저씨가 우르르 쏟아내는 수 많은 비녀들. 내 것과 똑같은 것도 서너개 보였다.

아아~역시.... 나도 멀었다.

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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