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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생몽사의 싸롱드 부산]ep.19 파라다이스호텔 사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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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노매드 작성일12-08-10 17:27 조회2,838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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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생몽사의 싸롱드 부산]

ep.19 파라다이스호텔 사까에

2012. 08. 10. 금요일
노매드 관광청
취생몽사

석달 전쯤 올린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의 냉면 포스팅. 총지배인께서 세번이나 읽으셨다고...

그러니까 석달 쯤 전에 [부산파라다이스호텔의 냉면]이란 포스팅을 올렸다. 어떤 글을 쓰건 '누군가'를 의식하는 경우는 없다. 독자와 방문자를 의식한다고들 하는데, 취생몽사군은 그런 거 없다. 내 블로거의 첫번째 독자는 '나' 자신이다. 따라서 내가 읽고 싶은 글을 쓸 따름이다. 물론 공개된 글인 이상 누구가는 읽을 것이고, 내용에 따라서는 이해당사자가 있기 마련이다. 이로 인해 가끔 뜻밖의 감사 인사를 받을 때도 있고, 더러는 얼굴을 붉히는 경우도 있다.

부산파라다이스호텔의 냉면에 대한 리뷰를 쓸 때도 그랬다. 내 소감을 거침 없이 밝혔다. 키워드 검색 등으로 호텔과 관계된 누군가 볼 수도 있겠지만, 그건 애시당초 신경 쓰지 않았다. 근데 상황이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렀다.

여차저차해서 그 포스팅 소식이 부산파라다이스호텔 총지배인님에게 까지 전해 졌다. 호텔 경영만으로도 여념이 없을셨을텐데 포스팅을 세 번이나 읽으셨단다. 그리고는 식음료담당 직원들에게 반드시 읽어 볼 것을 권했다고 한다. 총지배인의 지시사항이니 직원들은 그대로 따랐고, '대체 언놈이 뭔 글을 썼길래 총지배인까지...' 싶기도 했을 것이다. 뒤늦게 그 소식을 듣고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아무리 상대를 의식하지 않고 쓰는 글이지만, 그래도 이건 사건이 좀 컸다. 더욱 뜻밖인 건 그 다음이다.

포스팅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근데 홈페이지에 있는 냉면정식 소개가 좀 에러다. 메밀 함량을 높였는데 탄력과 담백함이라니 모순이다. 좋은 맛은 무조건 담백해야하고 면은 탄력이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의 발로다. '한우 1등급 양지'도 그렇다. 한우는 1++, 1+, 1, 2, 3 해서 총 5등급으로 나뉜다. 그러니 1등급 양지를 썼다는 것은 중간등급의 한우를 사용했다는 소리다. 최고를 강조하고 싶었다면 '1++등급'이라고 표기함이 맞고, 그게 아니라면 그냥 '한우'만 써도 충분하다. 부산같은 날씨에 '전통방식으로 담근 동치미'라니 이것도 좀 그렇다. 작성자의 전문성 부족이거나 소비자를 띄엄띄엄 본다는 소리다. 맥락 없이 트집잡자는 게 아니라, 자타가 인정하는 부산 최고급 호텔이라면 이런 사소한 부분까지도 이름값에 걸맞는 수준을 보여 주는 게 옳다.



이후 부산파라다이스호텔 홈페이지의 냉면정식 소개 글이 수정됐다. 파라다이스호텔 같은 규모의 조직이 일개 블로그의 지적을 수용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웠다.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가 모호해지고 이따금 회의를 느낄 때, 이런 일을 겪게 되면 심기일전 혹은 자기확신의 계기가 된다.

아무튼 이 일이 발단이되어 부산파라다이스호텔 총지배인님을 직접 만났다. 그 후로 가끔 호텔로 초대해 주셔서 식사를 했다. '이해관계가 얽힌 공짜밥은 사절'이라는 확고한 원칙을 갖고 있지만, 이런 경우는 예외로 쳐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음식관련 글을 쓰는 입장에서 솔직히 놓치기 아까운 기회이기도 했다. 파라다이스호텔은 부산 최고의 호텔인데다 한식·일식·중식·이탈리안 등 다양한 레스토랑을 직영하고 있다. 특히 식재료에 있어서 만큼은 최고를 고집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그런 곳을 총지배인과 동행하게되면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이래저래 좋은 공부가될 듯 싶었다.

한번은 중식당 '남풍'에서 점심을 했는데 직원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취생몽사님 오신다길래 홈페이지부터 살펴 봤습니다". 아주 환장하겠다.

한때는 새로운 레스토랑이 오픈하면 셰프가 어느 호텔 출신인지를 대문짝만하게 광고하던 적이 있었다. 요리사 스스로도 호텔 근무경험을 대단한 경력인양 여겼다. 하지만 더이상은 먹히지 않는 세상이다. 그보다는 어느 요리학교 출신인지, 얼마나 유명한 셰프 밑에서 배웠는지가 더 중요한 경력이다. 파인다이닝이 가능한 레스토랑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니 굳이 호텔을 찾을 이유가 없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파리·오스트리아·뉴욕·도쿄 등에 있는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을 순례하기에 바쁘다. 호텔이 스타셰프를 배출하던 상황에서 오히려 스타셰프를 모시는 상황으로 역전된 것이다.

이러니 파라다이스처럼 식음료 업장이 많은 호텔로서는 위기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얼마전부터 호텔 레스토랑에 대한 혁신을 단행하고 있다. 하드웨어야 진작에 리모델링을 통해 명성에 걸맞는 수준을 갖추었다. 문제는 소프트웨어, 즉 음식이다. 이를 위해 파라다이스는 고급화 전략을 택했다. 호텔 밖의 레스토랑과 경쟁하기 보다는 스스로 '최고'를 지향하기로 작정했다. 가격경쟁력 보다는 품질경쟁력에 방점을 찍었다. 어차피 파라다이스의 주된 고객들에게 가격은 큰 문제가 아닐 것이다. 이를 위해 외국 셰프를 적극 영입하고, 기존의 메뉴의 완성도는 끌어 올리 수 있을 만큼 끌어 올린다. 그리고 그 중심에 식재료가 있다. 그간의 짧은 경험으로 미루어보건데 호텔측의 노력은 어느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 듯 보인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그 결과의 한 단면을 소개하고자 한다. 물론, 총지배인께서 취생몽사를 초대했을 때 이런 점을 구구절절 소개해 주기를 바랬던 것은 아닐 것이다. 본 블로그 이웃들 중에 포스팅만 보고 방문을 결정할 정도의 경제력을 가진 분들 또한 많지 않다고 본다(부디 노여워 마시길...). 때문에 밥값하기 위해 쓰는 홍보성 포스팅이라기 보다는, 자고로 음식은 이러해야 한다는 정보제공 정도로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파라다이스 호텔 일식당 사까에

파라다이스호텔의 일식당 '사까에'는 스시를 중심으로한 와쇼쿠(和食)부문과 데판야키(鐵板燒き)부문이 나눠져 있다. 고급 사케리스트도 충실하고 스텝 중에는 사케소믈리에인 기키자케시도 있다. 카지노가 있어 한국 뿐만 아니라 일본 고객도 많다 보니 자연스레 일식당에 많은 신경을 써야할 것이다. 와쇼쿠건 데판야키건 마지막으로 가 본 것이 백만년쯤 전으로 기억되니 무척 생소하다.


호텔 입구에 큼지막하게 걸린 새로운 셰프의 사진

일본에서 새로운 스시 셰프를 모셔왔다는 소식은 진작에 들었다. 부산서 스시를 먹고 '맛있다' 혹은 '제대로다' 라고 느낀 것이 사까에가 유일했던 탓에, 새로운 셰프를 보강한 사까에의 스시가 무척 궁금했다. 호텔 입구에 저렇게 큼지막하니 자기 사진이 걸리면 음식 만들 맛이 절로 나지 않을까 싶다. 게다가 요리사로서의 자세도 사뭇 달라질 것이다. 어쩌면 저런 퍼포먼스는 홍보도 홍보지만 요리사에게 꽤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겠다는 뜬금 없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일종의 일식 풀코스인 오마카세 코스


원래는 점심으로 '오마카세스시'를 먹기로 되어있었다. 그런데 전달과정에서 잠시 착오가 있어 '오마카세스시'가 '오마카세코스'로 바뀌었다. 오마카세코스는 가이세키와 오마카세스시가 결합된 형태였다. 일종의 일식풀코스인 셈이다. 총지배인께서는 점심에 좀 부담스럽지 않을까 걱정을 하셨지만, 얻어 먹는 처지에서야 쾌재를 부를 수 밖에 없다. 단 한번의 식사로 사까에의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으니 말이다.

가이세키료리(會席料理)에 대한 유래나 이러저러한 설명은 검색으로 쉽게 찾을 수 있을테니 넘어가고, 한가지 포인트만 짚어 보기로 하자.

가이세키료리에서 가장 중요한 세가지는 재료·구성·계절감이다. 즉, 좋은 재료를 사용해 얼마나 계절감을 잘 드러낼 수 있도록 배치하고 담아내느냐가 관건이다. 따라서 재료를 고르는 안목이나 조리능력 만큼이나 요리사의 창작능력 혹은 연출이 중요하다. 재료나 조리방법, 용어 등에 집착하다보면 뭘 좀 알고 먹어야 하는 게 아닌지...하는 자가불신(self-distrust)에 빠지는 수가 있다. 남의 문화를 접할 때는 때로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 가이세키료리에 대한 세세한 지식은 일본인들 조차 잘 모른다. 소소한 것에 집착하기 보다는 큰 그림, 즉 요리사가 대체 뭘 말하고자 하는지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래도 음식이 나오는 순서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겠냐고? 맞는 말씀이다. 한데 아주 기본적인 순서를 제외하고는 요리사마다 그리고 계절마다 차이를 보인다. 괜히 모범답안을 외우겠다며 애쓰지 마시라. 쓸데 없는 지식보다는 자기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시면 된다. 내 짧은 경험으로 터득한 한가지 사실은, 일본요리는 '보기 좋은 떡이 무조건 맛도 좋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본 포스팅의 목적이 정보제공인 까닭에 최대한 많은 용어를 설명드리도록 하겠다)




수제두부와 콩을 곁들인 샐러드.


수제두부와 콩을 곁들인 샐러드. 두부가 제법 고소하고 드레싱이 강하지 않아서 식전에 입가심용으로는 더할 나위 없다. 일본식 도자기 대신 칵테일글라스를 사용해 색감을 살린 것 또한 괜찮은 선택으로 보인다.




오리, 갯장어, 문어 등으로 구성된 코바치.세개의 작은 그릇(코바치)을 발이 달린

상자에 담아냈다.

오리, 갯장어, 문어 등으로 구성된 코바치(小鉢). 가이세키료리는 음식 하나하나가 주인공이라 여기기 때문에 서양요리의 오르되브르나, 아뮤즈부슈같은 전채요리가 따로 있지는 않다. 다만 사시미가 나오기 전에 먹는 채소라는 뜻의 젠사이(前菜)나 고바치가 있다. 넓은 그릇에 조금씩 여러 음식을 담은 것을 젠사이, 작은 그릇에 하나씩 담은 것을 코바치라 한다. 같은 구성이라도 어디에 담기느냐에 따라 그 느낌이 확연히 달라진다. 코바치든 젠사이든 육류, 어패류, 채소 등을 사용해 일본요리의 기본 법칙에 맞춰 표현(조리가 아니라 말그대로 표현이다)하고 홀수로 나오는게 원칙이다. 따라서 이는 요리사의 능력과 감각을 미리 가늠해 볼 수 있는 음식이다. 세개의 작은그릇(코바치)을 발이 달린 상자에 담아 냄으로써 계절감을 살렸다. 그림이되니 맛은 당연히 산다.



이렇게 큰 접시에 여러 개가 담긴 것은 젠사이이다.(일본 쿠마모토현 아야노쇼료칸)

사까에에 새로 오신 요시무라 히로키 셰프. 35년 경력을 가진 정통 스시 요리사라고 한다. 과묵하면서도 인자한 표정은 전형적인 일식요리사다운 모습이다. '요리에 마음을 담는다'는 철학 때문인지 경력이 오래된 일본요시사들에게선 특유의 웅숭깊은 표정을 발견할 수 있다. 반면에 젊은 요리사들은 굉장히 날카롭고 긴장된 표정을 갖고 있다.

상어 껍데기로 만든 사메카와오로시(鮫皮おろし)라는 강판에 와사비를 가는 모습이 굉장히 진지하다. 그 모습에 끌려 카메라를 들었는데, 셧터 소리가 어찌나 크게 들리는지 민망할 지경이다. 와사비 하나 가는 모습에서도 이치고이치에(一期一會)라는 일본요리인들의 마음가짐이 전해지는 듯 하다. 덕분에 와사비는 크림처럼 부드러우면서도 특유의 알싸한 풍미가 살아있다.

쌩뚱맞게 광어 사시미가 나오고 막장까지 곁들인 걸 보니, 이건 아무래도 한국 고객들의 취향을 고려한 선택으로 보인다. 이렇게 얇게 포를 뜬 광어는 무순을 곁들여 폰스에 찍어 먹으면 별미다. 시중의 일식집에서는 고노와다를 곁들이는데, 사까에에서는 우니(성게살)를 함께 올렸다. 역시 돈값을 한다. 엔가와 지방의 단맛과 우니의 단맛이 절묘한 궁합을 이룬다. 여기에 탄레이가라구치의 사케를 곁들이면 더할나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점심이라 화이트와인 한잔으로 만족해야 했다.




새우와 구운 옥돔을 건더기로 사용한 도빙무시

맑은 국물요리인 스이모노(吸物)로는 도빙무시가 나왔다. 건더기로 새우와 구운 옥돔을 사용했다. 이게 원래 술을 사정없이 부르는 요린데, 전날 과음했던 관계로 해장용으로 대체됐다. 다시가 워낙 조신해서 건더기의 맛과 향이 잘 살아났다. 여기에 송이 한 조각만 띄우면 맛이 확 달라진다. 송이는 그만큼 무자비한 식재료다. 물론, 좋은 뜻으로 하는 소리다.



붉은 살 생선과 흰살 생선을 함께 내는 오즈쿠리

오즈쿠리(お造り). 가이세키에서는 회를 사시미 혹은 오즈쿠리라고 한다. 보통 붉은살 생선과 흰살 생선을 함께 낸다. 미루가이(왕우럭조개), 신코(새끼전어), 마다이(참돔), 오토로(참치대뱃살), 사자에(소라) 등으로 구성됐다. 구성도 훌륭하지만 재료가 좋아 하나하나가 절품이다. '마쓰가와즈쿠리'로 만든 참돔의 경우 육질은 단단하면서 지방의 맛이 풍부하게 살아있다. 근래에 맛본 참돔 중에서는 최고였던 것 같다.

새끼전어(신코) 두 장 사이에 오이와 시소를 넣고 노리마끼한 것


특히 새끼전어(신코) 두 장 사이에 오이와 시소를 넣고 노리마끼한 것은 맛·솜씨·계절감을 두루 느낄 수 있다. 신코는 지금이 딱 제철로 이 녀석이 성장해서 초가을에 접어들면 고하다(전어)가 된다.



겉만 살짝 익힌 오토로



약간의 시간 차를 두고 아부리(겉만 살짝 익힘)한 오토로가 나왔다. 오즈쿠리 다음에는 니쿠료리(肉料理)라 해서 육고기가 나오는 것이 일반적인 순서다. 아마도 그 대용으로 구운 참치를 선택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냥 먹어도 녹는데, 이렇게 불기운을 살짝 주면 지방의 단맛은 사정 없이 활성화 되고 녹는 속도는 더 빨라진다. 입속에 넣으면 장독 뚜껑에 내린 싸락눈 마냥 순식간이다. 불교의 영향으로 1천2백년 동안 육식을 금기했던 일본인들은 참치를 통해 고기맛을 알았다. 그러니 쇠고기에서도 마블링에 그렇게 미친듯이 집착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참소라구이와 메로구이



오즈쿠리 다음에는 불에 구운 음식인 야키모노(燒物) 차례다. 참소라구이와 메로구이가 나왔다. 소라구이의 경우는 소라 자체보다도 간장을 살짝 뿌리 국물이 별미다. 메로구이를 조약돌 위에 올린 플레이팅 센스가 돗보인다.



메로구이 위에 올려진 소스. 백된장에 시금치를 갈아넣었다.


메로위에 올려진 누리끼리한 소스가 눈길을 끈다. 일본의 시로미소(백된장)에 시금치를 갈아 넣었다고 한다. 덕분에 밑밑한 된장이 개성 넘치는 소스로 환골탈퇴했다. 기름진 메로의 맛을 깔끔하게 살려주기도 한다.




샤부샤부

정식 가이세키에서는 야키모노 다음으로 니모노(조림), 아게모노(튀김), 무시모노(찜), 스노모노(초무침)가 이어진다. 하지만 '오마카세코스'에서는 이거 다 퉁치고 샤부샤부로 일단락 짓는다. 어차피 셰프 맘대로 구성하는 코스이기에 순서는 그닥 중요치 않다. 게다가 순서 대로 다 챙겨 먹으면 스시 들어갈 공간이 없어진다. 오른쪽 맨 아래쪽에 보이는 새콤한 매실폰스가 아주 인상적이다.




샤부샤부 건더기들. 왼쪽 노란색 건더기와 오른쪽 재료는 떡이다.

샤부샤부 건더기로는 광어와 전복에 파·부추·미역 등을 곁들였다. 근데 흥미로운 식재료 하나가 보인다. 저 노란색 물건의 정체는 떡이다. 일본에서는 떡을 샤부샤부 건더기로 먹는 경우가 종종있다. 슈퍼에 가면 다양한 색과 형태의 '샤부샤부모찌'를 판매하기도 한다. 국물을 적당히 머금은 떡은 마치 떡국에서 떡을 건져 먹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이게 나름 재미있다.




1인용 전골냄비가 탐난다. 담백하고 개운한 육수가 재료들의 맛을 살린다!



이 1인용 전골냄비는 예전부터 무척 탐을 내던 물건이다. 샤부샤부 육수가 상당히 슴슴하고 개운해 재료 낱낱의 맛이 잘 살아난다. 이쯤에서 사까에의 코스를 정리하면... 일단 재료가 상당히 훌륭하고, 얄미울 정도로 그릇 선택의 폭이 넓은데다 플레이팅 솜씨까지 좋고, 무엇보다 재료 본연의 맛과 향을 살리기 위해 양념이나 소스를 남발하지 않는 점이 마음에 든다.



마무리 스시 몇 점~


가이세키를 마무리짓고 간단하게 스시 몇 점으로 끝내기로 한다. 그렇게 먹었건만 스시간장과 데부키(てぶき)가 놓이니 다시금 식욕이 동한다. 손으로 쥐어서 건네는 음식은 손으로 받아 먹는 것이 제격이다. 데부키는 이를 위해 오시보리(물수건)와는 별도로 제공되는 물수건이다. 엄지와 검지만 닦을 수 있도록 가운데 부분을 세워 놓았다. 별 것 아닌 것 같은데 이게 또 고급 스시집에서나 볼 수 있는 디테일이다.



제철 생선 스즈키(농어)



첫번째 타자는 여름 생선의 대표주자인 스즈키(농어)가 나왔다. 제철을 맞아 기름이 오른 농어의 풍미를 살리기 위해 껍질을 남기로 아주 살짝만 아부리했다. 농후한 첫맛에 부드러운 육질이 어우러지는가 싶더니 마무리는 아주 깔끔하게 떨어진다. 자칫 느끼할까봐 간장을 뿌린 무오로시를 올린 배려 또한 돗보인다.



코스요리를 먹을 때부터 이 모습에 자꾸 눈이 갔다. 아지(전갱이)의 잔가시를 제거하는 과정이다. 퍼스트나 세컨 쿡(cook)쯤으로 되어보이는 분인데, 연출된 포즈가 아니라 시종일관 이 자세다. 좋은 음식이란 만드는 사람의 마음가짐에서부터 비롯되고, 마음가짐은 행동과 자세로 구체화 된다. 재료를 손질하는 태도가 이정도라면 기대해봄직한 음식임에 틀림 없을 것이다. 물론, 총지배인님이 정면에 버티고 앉았으니 아무래도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던 것일 수도 있다.

그간 취생몽사군 블로그에서 본격적으로 스시를 다룬 것은 딱 한번있다. 스시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유별날 정도로 까다로운 기준을 가지고 있어서 그랬다. 맛도 맛이지만 연출된 위엄이 아니라 몸에 밴 절제로 만들어지는 스시를 만나기 드물어서 였다. 사실 사까에를 소개하는 포스팅을 쓰기로 마음 먹은 것 또한 이 모습 때문이다. 취생몽사군이 쓴 첫번째 스시 포스팅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로...

가고시마현 스시노이와사키 http://landy.blog.me/120100390390




식초에 살짝 절인 전갱이

아니나 다를까 등푸른 생선으로 전갱이가 나왔다. 이 또한 제철을 맞아 기름이 바짝 올랐다. 식초에 아주 살짝 절인 탓에 감칠맛과 지방의 단맛이 주거니 받거니 상승효과를 낸다. 그렇찮아도 맛있는 전갱이를 이보다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싶다.

참고로 이 사진이 밥이 제일 잘 보이기 때문에 한마디만 덧붙이기로 하자. 초밥은 밥(샤리) 위에 생선(네타)을 올린 아주 단순한 음식이다. 때문에 밥과 생선의 조화는 물론이고 생선의 선도와 다루는 솜씨가 중요하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밥이 우선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언제나 이 밥이 문제다. 밥 자체를 잘 지지어야함은 물론, 간을 잘 맞추어야 하고, 양이 적당해야 하며, 밥알과 밥알 사이에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이러니 스시가 단순하지만 어려운 음식이다. 사까에 초밥의 완성도에 대해서는 위의 사진을 보고 각자 한번 평가해 보시길 바란다.




아카가이(피조개)

세번째로 조개류 중에서 스시의 대표 재료인 아카가이(피조개)가 나왔다. 제철은 아니지만 스시 코스에 이게 빠지면 섭섭하다. 오독오독 씹히는 조갯살을 씹을 때 마다 우러나는 진한 바다향이 매력적이다.



보리새우의 배를 갈라 그 사이에 밥을 채웠다.

구루마에비(보리새우) 역시 지금이 제철이다. 포를 떠서 밥 위에 올리는 전형적인 방법 대신, 배를 갈라 그 사이에 밥을 채움으로써 나름 난이도 있는 연출을 했다. 흰색과 핑크색의 선명한 대비, 꼬리의 단아한 자태, 미디움 정도로 익힌 상태 등으로 보아 새우를 데친 솜씨가 기가막힌다. 새우·와사비·밥 세 가지 단맛이 만나 아주 달다구리한 트리오를 완성한다.





오토로가 빠져서야 쓰나. 이건 뭐... 당신이 상상하시는 바로 그맛이니 패스.



이렇게 부드러운 우나기(뱀장어)를 얼마만에 먹어 보는지~ 밥 위에서 사르르 녹는다.


라스트로 이쿠라(연어알)와 우니를 올린 덮밥

라스트로 이쿠라(연어알)와 우니를 올린 덮밥이 나왔다. 티스푼으로 짧조름한 이쿠라 한 스푼, 달다구리한 우니 한 스푼을 번갈서, 그렇게 두어번 먹으니 금새 바닥. 오호~ 통재라! 그렇게 먹고도 애잔함이 물밀듯 밀려오니, 인간의 욕망이란 참으로...



과일과 홍시 샤벳 디저트. 지금까지의 음식들에 비해 다소 심심한 마무리.

디저트로는 과일과 홍시샤벳이 나왔다. 입가심으로는 더할나위 없지만, 뭐랄까... 대단원을 장식하는 드라마틱한 연출이 부족한, 한마디로 심심한 마무리다. 과일 다음으로 일본인들이 개발해 놓은 그 다양하고 화려한 단음식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흔해 빠진 모나카나 단팥 위에 올린 녹차아이스크림은 말고. 그런 뻔한 디저트는 오히려 이전까지의 음식에 대한 좋은 기억을 망치는 수가 있다.

어쨌거나 전체적으로는 재료의 퀄리티, 그 재료를 다루는 솜씨, 완성된 음식을 담아내는 심미안, 이를 통해 구현되는 계절감 등 네 박자가 아주 딱 맞아 떨어지는 수준이다. 뭐... 이만하면 지역과 국적을 떠나 그 어디다 내놔도 손색 없는 음식이 아닐까 싶다.

모처럼 제대로된 일본음식을 만나니 흥분해서 말이 엄청 많아졌다. 물론 음식이 좋아서 그랬지만, 더불어 일본요리에 대한 소소한 상식을 알려드리려는 취지 였으니 이해해 주실 것을 앙망하는 바이다. 이렇게 긴 글을 읽고, 부디 뭐라도 하나쯤 건지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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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dre님의 댓글

dre 작성일

이렇게 부산스럽게 글을 쓰실 필요가 없습니다.  여기보다 훨씬 더 맛있는 곳이 더 많으며, 특히 서울의 특급 호텔은 거의 전부, 아니 모두가 이 집 수준 이상입니다. 그런데 맛집 포스팅에 올리지 않는 이유는 위의 글쓰기에 나타나지 않았는 가격떄문입니다. 특급 호텔 일식집이 맛있다는 이야기는 진부한, 게으른 자의 글입니다. 특급 호텔에서 맛있지 않으면 되나요? 퍼스트 클래스 좌석이 편한다는 이야기와 같습니다. 너무 침 튀기는 이야기는 따분합니다. 신라 호텔가서 얻어먹으면 이집은 저리가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