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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생몽사의 싸롱드 부산] Ep.16 동래 거대 숯불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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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노매드 작성일70-01-01 09:33 조회2,732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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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생몽사의 싸롱드 부산]

Ep.15 동래 거대숯불구이

2012. 05. 24. 목요일
노매드 관광청
취생몽사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육류는 돼지고기다. 2009년을 기준으로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은 19kg으로 닭고기(9.6kg)와 소고기(8kg) 소비량을 합한 것 보다 많은 양이다. 2005년 이후 닭고기가 소고기 소비량을 추월하기 시작했지만 돼지고기는 1위 자리를 한번도 내준 적이 없다.

돼지고기는 크게 안심·등심·목심·앞다리·뒷다리·삼겹살·갈비 등 7개 부위(대분할)로 나눈다. 이를 다시 나누면 22개 부위(소분할)로 세분화 된다. 이렇게 다양한 부위가 있지만 한국인이 소비하는 돼지고기의 50% 이상은 삼겹살이다. 일반적으로 110kg인 돼지 한 마리에서 나오는 고기의 양은 50kg 내외, 이 가운데 삼겹살은 10kg 정도를 차지한다.

수요는 50%가 넘는데 공급은 20%에 불과하니 삼겹살이 '금겹살' 대접을 받는다. 부족한 공급량을 국내에서 생산하려면 1년에 도축되는 돼지의 수를 1400만두에서 2500만두로 늘려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해마다 10만 톤 이상의 삼겹살을 미국, 칠레, 덴마크,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등에서 수입하고 있다.

이렇게 편애가 심하니 동네방네 차고 넘치는 것이 삼겹살집이다. 가격도 다양하고 먹는 방식 또한 다양하다. 이렇게 다양한데 막상 삼겹살 좀 먹을라치면 딱히 갈만한 곳이 없다. 어느집이 고기가 좋네 소문 듣고 찾아가도 막상 가보면 2%, 아니 20% 쯤 아쉬운 뭔가가 항상 남는다. 그 아쉬움의 정체가 대체 뭔가 싶었다. 그런데... 요즘 부산서 가장 핫플레이스인 동래 메가마트 뒷편에 있는 '거대 숯불구이'를 만나고 나서야 그 궁금증이 풀렸다.

자고로 음식은 재료가 좋아야 한다? 백번 지당한 말이다. 헌데 음식점은 여기에 한가지 단서가 더 붙어야 한다. 바로 디테일이다. 물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다. 좋은 재료로 음식을 만들었으며, 그 음식을 가장 최적의 상황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모든 것이 디테일이다. '거대숯불구이'는 좋은 재료와 디테일이 찰떡 궁합을 이루는 삼겹살집이다. 아마도 국내에 있는 삼겹살집들 가운데 가장 모범이 아닐까 싶다.

'거대(巨大)' 이름 한번 거창하다. 심플하고 세련된 외관은 삼겹살집이라기 보다
일본식주점이 아닐까 착각할 정도다.


외관에서 느껴졌던 이미지는 내부로까지 이어진다. 불판이 있고 환기통이 주렁주렁 달렸으니 고기집은 분명한데, 이 역시 삼겹살집이라기 보다는 한우전문점이 훨씬 어울린다. 한쪽 벽면에 이런 문구가 있다.

조리에 기술은 없다

최상의 고기 최고의 원재료

마음을 굽는다

대단한 자신감이다. 지금부터 그 자신감의 실체를 확인해 보기로 하자.


거대에서 내는 삼겹살이다. 선홍빛 살점에 우윳빛 지방이 고루 분포된 고깃덩어리가 은은한 청자빛 접시 위에 놓였다. 고기의 질을 떠나 스뎅이나 멜라민 접시가 아니라는 점이 우선 인상적이다. 근데 이 삼겹살 뼈가 붙어 있다. 삼겹살에 왠 뼈?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선행학습이 필요하다.



우선 메뉴판을 보자. 삼겹살이라는 명칭대신 '거대6에서14'라는 요상한 이름이 붙었다. 늑골 6번에서 14번 부위만을 완벽 정형했다고 설명하는데 그래도 모르것다. 130g에 9천원이라니 가격 또한 만만찮다.



돼지의 부위는 대충 이렇게 나눌 수 있다. 보시는 바와 같이 삼겹살은 앞다리와 뒷다리 사이의 몸통 아랫부분 쯤에 위치한다.

삼겹살을 간단하게 정의하면 '돼지의 등갈비에 붙은 뱃살'이 된다. 돼지는 모두 15개의 갈비뼈를 가지고 있는데 앞다리 쪽에서 시작하는 1번부터 4번까지의 뼈에 붙은 고기는 갈빗살이다. 5번부터 시작해 뒷다리쪽과 연결되는 15번까지의 뼈를 등갈비, 영어로는 폭립(pork ribs)이라고 한다. 이 등갈비를 기준으로 위에 붙은 부위를 등심, 아래쪽 복부근육에 해당되는 부위를 삼겹살이라고 한다.

이렇게 설명한들, 내 몸뚱아리도 잘 모르는 처지에 남의 몸뚱아리를 속속들이 헤아리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업자들은 삼겹살의 양을 늘리기 위해 장난을 많이 친다. 앞쪽에 붙은 앞다리와 갈빗살, 윗쪽의 등심, 뒷쪽의 뒷다리살 일부를 붙이는 경우가 더러 있다. 간단히 말해 칼질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삼겹살의 양은 늘었다 줄었다 하는 것이다. 거대에서는 이러한 불합리를 없애기 위해, 삼겹살의 양 끝이랄 수 있는 5번과 15번을 제외한 6번~14번 등갈비와 그에 붙은 삼겹살 만을 내고 있다.


물론 갈비뼈가 붙은 삼겹살을 거대에서만 내는 것은 아니다. 체인점이 부쩍 늘어난 녹슨드럼통 역시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이 뼈가 붙은 채로 낸다. 경남 창녕군의 계약 농가에서 사육한 돼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고기의 질 또한 나쁘지 않다.



헌데 거대의 삼겹살은 약간의 차이가 있다. 위의 녹슨드럼통의 것과 비교해 보시면 대충 짐작이 가시겠지만, 거대에서는 갈비뼈의 길이 만큼만 정형을 한다. 물론 이는 어느 것이 좋다 나쁘다 쉽게 단정지을 일은 아니다. 하지만 주인장의 판단으로는 이것이 가장 좋은 부위라 생각했고, 그 고집을 밀어 붙이는 것이다. 나름 돼지고기의 도축 및 정형 실태와 유통 관례를 경험한 바에 의하면 이는 보통 미친 짓이 아님에 분명하다.



흔히들 쇠고기 등급에 대해서는 빠삭한데 돼지고기 등급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편이다. 돼지 역시 한우와 마찬가지로 규격등급과 육질등급으로 나뉜다. 무게와 등지방의두께로 판단하는 규격등급은 A,B,C등급으로, 근내지방도 및 고기와 지방의 색깔 및 조직감으로 판단하는 육질등급은 1+,1,2등급으로 분류한다. 거대에서는 최고등급인 1+A등급의 암퇘지만을 사용한다. 진짠지가짠지 의심할 필요 없이 당장 눈으로 확인해 보시면 된다. 쇠고기와 마찬가지로 돼지고기 역시 등급 판정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근내지방도 즉 마블링의 상태다.

자~ 일단 이정도만 보면 고기 하나 만큼은 국내 최고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고깃집이야 고기만 좋으면 장땡이다.

근데 이정도에서 끝날 것 같으면 애시당초 이 포스팅 시작도 안했다.

고기라는 근본이 바로 선 거대숯불구이의 디테일은 지금부터가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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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클릭!>



곁들여 먹는 각종 야채 역시 도자기에 소담스레 담겨 나온다. 얼마든지 리필이 가능하기 때문에 양은 짜달시리 신경쓰실 필요 없다. 일단 땟깔만 보시라.

삼겹살집이 가당찮게 국산 참숯을 사용하고 있다. 물론 돼지고기는 쇠고기 보다 화력이 강해야하는 관계로 간혹 열탄이 섞여있기는 하다.



불판 역시 시판되는 것 중에서 가장 큰 사이즈를 사용하고 있다. 면적이 넓으니 이것저것 마구 올려 구워 먹기 좋다. 코팅 상태 역시 해피콜후라이팬 못지 않아 기름이 술술 잘빠진다.


일단 최고의 고기를 최적의 상태에서 구워 먹을 수 있는 빵빵한 하드웨어가 구축되어 있다.



고기를 찍어 먹는 양념이다. 천일염, 레몬, 갈치속젓 등 구성이 색다르다. 각각의 특징과 색을 고려해 종지까지 깔맞춤을 했다. 사소하지만 중요한 디테일의 연속이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참기름을 치웠다는 점이다. 참기름이냐 향미유냐 옥수수기름이냐는 진위 여부를 떠나, 고기 먹을 때 기름장을 사용하는 것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좋은 고기는 소금이면 충분하다. 물론 '니놈이나 그럴테지'라고 하시는 분 계실꺼다. 그런 분들을 위해서 국산 참깨로 짠 진짜 참기름도 준비되어 있으니 주문하시면 된다.



간수 뺀 국산 천일염에 통후추를 갈아서 넣었다.

삼겹살집에서 소금에 이정도로 신경을 쓴 경우는 또 처음이다.




경남 거제에서 공수해 온 갈치속젓. 이거 명품이다. 젓갈이라면 입에도 대지 않던 사람조차 이것 만큼은 추가로 주문할 정도다. 삼겹살에 왠 갈치젓? 싶으시면 안드셔도 된다. 근데 결국엔 싹싹 비울 수 밖에 없다. 좀 있다 보자.



전라남도 해남 땅끝마을에서 공수해 온 묵은지. 공장 묵은지와는 차원이 다르다. 제대로 담아 토굴에서 오래 숙성시킨 물건이다. 인위적인 맛을 내기 위한 일체의 잡것 들이 들어가지 않았다. 입에 침이 절로 고이는 자연스런 산미가 일품이다.



좋은 삼겹살을 구우면 지방은 투명해지고 고기는 연한 갈색이 된다. 삼겹살은 고소한 지방과 담백한 고기가 어우러지는 맛으로 먹는다. 짠맛으로 시작해 단맛으로 마무리되는 천일염은 이 둘을 조화롭게 엮어주는 훌륭한 매개체 역할을 한다.


갈치속젓에 살짝 찍어 먹는 맛 또한 별미다.



지방이 많은 부위는 레몬즙이 잘 어울린다.

돼지기름에 살짝 구운 묵은지와 삼겹살의 마리아쥬!

이건 뭐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삼겹살 먹다가 뼈 뜯는 기분도 각별하다.



삼겹살에서 반쯤 넘어갔다가 항정살에서 완전히 자빠라졌다. 항정살 자체의 퀄리티도 퀄리티지만 이걸 썰어서 내 논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이정도 땟깔이면 일본의 고급 야키니쿠집 부럽지 않다. 우리나라도 이제 삼겹살집에서 이정도 격조는 누릴 수준이 되지 않았는가 말이다!



이런 소중한 살점을 마구 구워 먹는 건 예의가 아니다. 1인당 한두 점 돌아 갈 정도로만 올려서 한우 낙엽살을 굽듯이 조심조심 다룸이 마땅하다. 아쉬운 것은 순수 항정살 부위만 고집하기 때문에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간혹 없을 때도 있다는 점이다.



식감은 소 혓바닥 마냥 아삭아삭하고 고기와 지방이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맛은 고소하기 보다는 차라리 달다.



항정살 또한 레몬즙과 의외로 잘 어울린다.


단백질과 지방이 아무리 좋아도 탄수화물이 빠지면 섭섭하다. 삼겹살을 먹은 뒷끝은 된장찌개와 밥이 따라줘야 한다. 헌데 반찬이 딸랑 두 개 밖이다. 실망하지 마시라. 사실 이 둘도 별로 필요 없다.

끝까지 고객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전라북도 군산시 나포면에서 공수해 온 보리된장을 중멸로 우려낸 육수에 풀고, 양파, 감자, 애호박, 버섯 등을 넉넉히 넣고, 한소끔 재빨리 끓여 낸 된장찌개다. 구수하고 포근한 맛이다. 밥 반찬으로도 훌륭하지만 술을 끌어 당기는 마력이 있다.



스뎅 공기에 담아 놓았던 밥이 아니다. 경기도 이천이나 전라도 나주의 쌀을 압력밥솥에 지어 사발에 정갈하게 담아 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제 삼겹살도 좀 격조 있게 먹을 때가 됐다.

젓갈 맛이 워낙 좋아, 보는 순간부터 흰쌀밥 생각이 간절했다. 밥도둑이 따로 없다.

묵은지를 처음 봤을 때도 마찬가지다.



마무리는 된장찌개를 듬뿍 넣고 비벼비벼...

갈치속젓-묵은지-된장찌개의 삼위일체는 다이어트 막강한 적이다.

이러니 딴 반찬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고깃집이다. 미슐랭가이드 마냥 별의 갯수로 평가하자면 당연히 쓰리스타급이다. 헌데 이집의 욕심 많은 젊은 사장님은 자신이 애초에 구상했던 것의 30~40% 밖에 구현하지 못했다고 아쉬워 한다. 솔직히 그 심정 이해되지 않는 바도 아니다. 이집은 삼겹살 1인분(130g)과 항정살 1인분(120g)에 각 9천원이다. 고기의 퀄리티와 그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한 디테일로 봤을 때 말도 안되게 싼 가격이다.

하지만 그걸 넘을 수가 없다. 서울이야 삼겹살 1인분에 1만원이 넘는 집이 더러 있지만 부산에서는 아직 언감생심이다. 심리적인 마지노선이 분명 존재한다. 그 한계 속에서 의지를 관철하자니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니 결국 입맛 까다롭고 눈 밝은 소비자들이 선택해 줘야 한다. 거대숯불구이의 진가를 알아주는 소비자가 많으면 많을 수록, 우리는 조금 더 완벽한 고깃집을 만날 수 있다.

위치 : 동래메가마트 뒷편 조군황군 옆 골목으로 쭉~

연락처 : 051-555-3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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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푸른비님의 댓글

푸른비 작성일

업데이트 하면서 기사 댓글들이 다 사라져 버렸네요.
"거대"는 참... 안타깝다는 말밖에 안나오는 집입니다.
컨셉은 참 좋은데, 가격의 장벽이 너무 높지 않나 싶습니다.
따라서 데이트 하는 연인들에겐 더없이 좋은 집인데, 친구와, 동료와 가기엔 좀... 가격이 말린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