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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까올리의 독(獨)남아 여행기] Ep. 22 하루하루가 너무 소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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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노매드 작성일70-01-01 09:33 조회2,05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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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까올리의 독(獨)남아 여행기]

Ep.22 하루하루가 너무 소중해요!

2011. 09.22. 목요일
노매드 관광청
콘까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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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라이로 가는 비행기 출발 시각이 26분 남았다. 이쯤 되면 비행기를 타고 있거나, 게이트 앞에서 대기하고 있어야 정상인데 난 아직 티켓팅도 못한 채 공항 밖에 있다. 양손에 가방을 들고 괴성을 지르며 오리엔트 타이항공의 카운터로 뛰어갔다. 누가 봤으면 아마 미친놈이라고 했을 것이다. 지금 탑승 가능하냐고 묻는 말에, 친절한 승무원이 대답을 해줬다.

2011922114241[2].jpg사정으로 인해 50분 정도 연착이 됐어요(생글생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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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줄근한 방콕의 돈무앙 공항. 명심하시라. 방콕엔 공항이 두 개다>

아 세상이 진짜 아름다워지는 순간이었다. 그 직원에게 연착되어 고맙다는 말을 연거푸 날려줬다. 항공사 직원 역시 연착됐다는 말에 고맙다는 인사를 받아보기는 처음일 것이다. 어리둥절히는 그녀를 뒤로 하고, 천천히 공항 안으로 들어갔다. 부실한 운항이 나에게 행운을 가져다 줄 줄은 몰랐다. 티켓팅도 여유 있게 하고 공항 구경도 천천히 하면서 그 동안 잊고 있던 여유를 즐겼다. 후줄근하고 텁텁한 에어컨 바람이 10월의 시원한 가을바람으로 느껴졌다. 지금 기분이라면 아마 비행기 날개에라도 앉아서 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오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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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음에도 불구하고 연착덕분에 사진도 찍고 하며, 게이트 앞에서 여유 있게 기다렸다>


정확히, 출발시각 보다 1시간 48분여가 연착된 후에 비행기는 치앙라이를 향해 이륙했다. 악명 높은 평에 비해 오리엔트 타이항공은 나름 괜찮았다. 다만 독특한 좌석 배열이 나를 다소 불안하게 만들었다. 원래 비행기 좌석은 2-2, 3-3, 3-4-3 식으로 좌우 대칭으로 되어 있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내가 탄 비행기는 최대한 좌석을 좁히고 사람을 많이 태우기 위해 3-2구조로 불법(?)개조를 했다. 날다가 한쪽으로 기울까봐 걱정까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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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2-3 좌석 배열을 가진 오리엔트 타이항공!>


하지만 걱정은 잠시, 비행기가 뜨자마자 까무룩 잠이 들어버렸다. 하지만 돌돌돌돌 굴러가는 카트 소리에 잠이 다시 번쩍 깼다. 종소리만 들으면 바로 침을 질질 흘린다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비행기 카트 굴러가는 소리에 알아서 잠이 번쩍 깨어버린다. 그동안 비행기에서 기내식, 음료, 스낵 등을 한 번도 놓쳐본 적이 없다. 이상하게 비행기에서 주는 것은 기내식부터 위생봉투까지 다 맘에 드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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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비행기 안에 비치된 기내지>


어쨌든 오리엔트 타이항공은 나름 음료와 땅콩까지 서비스 해주는 기품 있는 항공사였던 것이다. 기대도 안했는데, 공짜로 무언가를 입에 넣어준다 하니 횡재한 기분이었다. 승무원은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콜라와 땅콩을 나눠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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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드디어 내 차례가 오고 승무원이 나에게 태국말로 뭐라고 얘기를 건다. 아마 콜라 먹겠냐 사이다 먹겠냐 라고 묻는 거 같은데...내가 얼굴이 태국인과 완벽하게 싱크로 되긴 되나 보다.

하지만 영어로 잘 못 알아듣겠다고 하니, 굳은 얼굴로 그냥 콜라랑 땅콩을 던져주곤 카트를 다시 돌돌돌돌 끌고 사라진다. 몹쓸 것. 왜 나한테만 던져주냐! 어쨌든 땅콩 봉지에 묻어 있는 설탕까지 사람들 몰래 혀로 핥고 종이컵의 끝 부분까지 질근질근 씹어 먹는 동안 비행기는 치앙라이에 도착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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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던져주더라도...감사히 먹겠습니다>


방콕은 아직 한창 여름이었지만 훨씬 북쪽에 위치한 치앙라이는 이미 가을이 시작된 듯 맑은 하늘과 시원한 바람이 느껴졌다. 콧구녕을 최대한 넓게 벌리고 맑은 공기를 마셨다. 아 좋다~ 아직도 하루하루 내가 여행을 하고 새로운 풍경을 볼 수 있음이 너무나 감사하게 느껴졌다. 여행의 행복함과 위대함을 이제야 뒤늦게 느끼고 있다.

그렇게 감상에 잠깐 젖어 있을 때 반가운 한국말이 들린다. 치앙라이로 먼저 갔던 K군이 마중을 나온 것이다. 남자에게 이런 깜짝 이벤트를 받으니 기분이 좀 그랬지만 그래도 고마웠다. 그렇게 난 다시 여행을 6일정도 남기고선 치앙라이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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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라이의 하늘은 정말로 청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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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치앙라이로 오게 될지는 상상도 못했다. 모든 것이 익숙하면서도 새로웠다. 50여 일간 머물렀던 곳을 떠난 지 35일여만에 다시 왔다. 이전의 치앙라이 친구들도 다시 만났다. 오랜만에 보는 내 얼굴을 보고, 어떻게 거기에서 더 탈 수가 있냐고 놀란다. 아니 거의 외면하는 수준이다. 그렇게 친구들과 영화도 보고 밥도 먹으면서 소소하지만 따뜻하고 즐거운 일상을 보냈다. 하루하루를 까먹는 사이 이제 진짜로 돌아갈 날이 3일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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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라이 극장에서 봤던 영화, 제목은 ‘첫사랑’이라나?>


하루하루가 너무나 소중하고 안타깝다. 그 동안 여행을 하며 게으르게 보낸 시간들, 무의미하게 보냈던 시간들, 낮잠으로 보냈던 시간들 1분 1초가 너무 아까운 것이다. 일찍 일어나 하루 세끼를 다 먹고 동네의 시시콜콜한 사원까지 다 방문하며 하루하루를 알차게 보냈지만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이미 게으르게 보낸 시간은 돌아오지 않았다.

무엇이라도 해야만 아쉬움이 적을 것 같았다. 그래서 여행 속의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큰 짐들은 치앙라이에 맡겨 둔 채, 메싸롱이라는 곳으로 1박 2일 다녀오기로 했다. 메싸롱은 태국말로 “싼티끼리” 라 불리는 곳으로서 평화의 언덕이란 뜻이다. 단순히 산티끼리 라는 어감이 좋다는 이유로 이곳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이곳은 전쟁 중 도망 온 중국인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 마치 중국 산골의 소수민족촌 마을의 풍경과 비슷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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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의 터전, 태국의 고산 마을 메싸롱>


연결되는 교통편이 좋질 않아 길에서 우연히 만난 아줌마의 트럭차를 얻어 타고 메싸롱으로 갔다. 어떻게든 죽으라는 법은 없다 보다. 지금까지 여행 중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즐겁게 여행을 했는데, 끝까지 이렇게 행운이 따라준다. 그렇게 공짜로 트럭 뒷자리에 산티끼리로 향했다. 몇 개의 산을 넘고 넘어서야 드디어 해발 1500m에 위치한 목적지에 도착을 했다. 가는 도중 비가 왔다가 갰다가하는 날씨를 열 번도 넘게 만난 듯 하다. 아무래도 열대 고산 지방이라 날씨가 오락가락 했다. 그 와중에도 꾸벅꾸벅 조는 나를 K군이 자꾸 깨웠다. 얻어 타는 주제에 졸면 안 된다나?
졸리면 자는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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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10개 이상 넘어야 메싸롱 마을이 나온다>


고산지대라 그런지, 상쾌하면서도 차가운 공기가 몸을 감싼다. 마을 여기저기를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상쾌했다. 사실 딱히 볼거리가 있는 곳은 아니었다. 전망대와 차밭이랑 작은 사원들... 그렇게 한가한 오후를 보내니, 산골의 밤이 일찍 찾아온다. 이 동네 오골계 요리가 유명하다 해서 오골계탕과 오골계 볶음을 시켰다. 나름 거금을 주고 시켰는데 둘 다 제대로 실패했다. 오골계탕은 똠양꿍 국물에 오골계만 동동 떠 있는 형상에 맛도 똠얌꿍이었고 오골계 볶음은 오골계 10% 야채 90%였다. 하지만 이런 삽질도 이제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아쉽지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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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오르막길의 마을 중심가>


저녁이 되니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작은 처마 밑에 앉아 맥주를 먹는데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폭우로 변한다. 비까지 내리니 안 그래도 한가한 마을에 인적이 더욱 뜸해진다. 가끔 지나가는 동네 게이들이 몇 번 희롱을 걸다가 지나갈 뿐이다. 이 시골에도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있으나 11시 반에 문을 닫는다. 편의점마저 문을 닫으니 동네는 진짜 암흑으로 변했다. 아주 간간히 있는 불빛을 어림잡으며 비를 흠뻑 맞고 숙소로 걸어왔는데 아뿔싸!! 또 핸드폰을 잃어버렸다. 기억으로는 처마 밑 술집에 놓고온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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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마을에 딱 하나밖에 없는 세븐일레븐이 보인다,
24시간 편의점이 아니라 17시간 편의점이니 영업시간을 확인해야 한다>


다시 그 비를 맞고 어둠을 헤치고 술집에 도착하니 문은 이미 굳게 닫혀있었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보던 시츄에이션인데...가만 보니 프놈펜 중국집에서 핸드폰을 잃어버렸을 때와 같은 상황이다. 그래서 그때처럼 똑같이 술집 문을 쾅쾅 두드리며 울부짖었다. 그렇게 질긴 인연의 핸드폰을 찾아 품에 꼭 안고 다시 비를 맞으며 숙소로 걸어오니, 온몸이 젖었다. 그렇게 또 하루가 간다.

다음날 아침이 밝았다. 온전하게 보내는 마지막 날이 온 것이다. 새벽부터 일어나 신령스런 안개에 싸인 동네를 산책했다. 새벽시장도 구경하고 등교하는 어린이들에게 인사를 하다 개무시도 당해보고...어찌됐건 너무나 소중한 풍경이다. 괜스레 기분이 울컥해졌다. 하루하루가 아니라 이젠 순간순간이 너무나 소중하다. 여행 중에는 가족들과 친구들이 보고 싶은 마음에 그냥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적도 많았고 한국음식과 한국의 복잡한 거리가 그리웠는데, 지금은 그냥 돌아가기 싫은 마음뿐이다.

2011922114243.jpg<다음날 아침, 안개에 싸인 메싸롱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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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마지막 메싸롱에서도 이렇게 불쌍하게 하고 다녔다>


그렇게 치앙라이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고 난 후 다시 방콕행 비행기에 올랐다. 공항으로는 치앙라이의 친구 푸와 K군이 마중을 나와 줬다. 그러고 보니 푸는 나를 두 번째 배웅해주는 셈이다. 자기 일까지 휴가 내고 마중을 나와 준지라 고마웠다
(일주일에 이틀은 휴가 내는 듯하다). 그들과 아쉽고도 아쉬운 진짜 마지막 인사를 하고선 비행기에 올랐다. 그렇게 여행을 처음 시작 했던 방콕 수완나폼 공항에 도착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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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배웅을 나온 “푸”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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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콕 돈무앙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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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서 바라본 태국의 푸른 대지>


공항의 출발 전광판을 보니 인천으로 가는 비행기가 거의 7~8편이 몰려있다. 인천으로 다시 돌아가는구나....이왕 이렇게 된 거 집에 빨리 돌아가고 싶은 생각뿐이다. 아니다, 며칠 더 버텨볼까 싶기도 하다. 아니다, 그냥 돌아가고 싶은가? 이놈의 변덕과 우유부단함은 여행이 끝나도 고쳐지질 않는구나. 3개월 만에 만난 지인들은 나보고 뭐라고 그럴까? 여러 가지 상념 속에 인천행 비행기가 이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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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수완나폼 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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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뇽 내 여행아~치앙라이에서 여행 마지막밤 아쉬움을 달래며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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