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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까올리의 독(獨)남아 여행기] Ep 21. 치앙라이로 좀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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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노매드 작성일70-01-01 09:33 조회2,33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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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까올리의 독(獨)남아 여행기]

Ep.21 치앙라이로 좀 보내주세요!

2011. 09.15
노매드관광청
콘까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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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지금 방콕 공항의 항공사 카운터 앞에 서있다. 지인을 배웅하러 공항에 갔다가 괜히 마음이 들떠 일단 항공사 카운터로 찾아간 것이다. 태국의 수많은 듣보잡 항공사 중에서도 가장 지저분하고 위험하기로 유명하다는 오리엔트 타이항공이다.

201191593129[2].jpg치앙라이로 가고 싶어요. 최대한 빨리요. 언제 갈 수 있죠? 얼마에요?

201191593129[3].jpg내일 14:30분 출발 가능하시구요. 1,650밧입니다.

201191593130.jpg 괜찮은 가격이네요. 그런데 진짜 오리엔트 타이 항공이 위험한가요?

201191593130[1].jpg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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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국의 유명한 저가 항공사 오리엔트 타이항공, 싸서 좋다>
(출처 : 오리엔트 타이항공)


위험하냐고 묻는말에. ‘네’ 라니!! 이상하게도 날 것 그대로의 믿음이 오히려 생겼다. 그 순간 “최대한 빨리 출발하는 치앙라이 티켓 한 장 주세요!” 라고 호기 있게 외친 후, 바로 치앙라이로 출발했.......어야 멋진 그림이겠지만. 일단 생각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숙소에 있는 짐도 챙겨야 했고, 체크아웃도 해야 했고 방콕에서 만난 사람들과 작별인사도 해야 했다. 이처럼 현실은 영화처럼 진행되지는 않는다. 걸림돌이 많아도 너무나 많다.

후줄근한 돈무앙 공항에서 10분 정도 잠시 고민을 했다. 고민을 하는 도중에도 돈무앙 공항은 참 후졌구나 하는 생각뿐이다. 예전 방콕의 국제공항 역할을 했던 돈무앙 공항은 그야말로 궁색함 그 자체다. 오래되기도 오래되고 냉방시스템도 엉망이고 비쾌적함으로 따지자면 인도 공항과도 거의 맞먹었다. 누군가가 방콕의 수완나폼 공항은 인천공항, 돈무앙 공항은 김포공항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했는데 그건 우리네 김포공항에게 매우 실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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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웰컴투 타일랜드. 좋던 싫던 공항은 그 나라의 얼굴이 되기 마련이다
후줄근하지만 정겨웠전 돈무앙 공항>

어찌됐던 돈무앙 공항의 열악함만을 느낀 채 59번 시내버스를 타고 카오산으로 향한다. 에어컨도 없는 7.5밧짜리 버스라 안이 완전히 찜통이다. 창문을 다 열어놓긴 해서 일단 달리기만 하면 시원하긴 한데, 악명 높은 방콕의 오후교통체증은 천연 에어컨을 자동으로 OFF시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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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교통 체증이 진짜 방콕이다!>


땀에 절어 잠깐 잠이 들었는데 입 안 가득 달콤한 꿀을 머금고 있는 꿈을 꿨다. 후루룩 하며 깨어보니 달콤한 꿀은 온데간데없고 무릎만 내가 흘린 침으로 젖어 있다. 졸아도 너무나 심하게 졸아준 것이다. 서둘러 침을 닦고 일어나서 주위를 둘러봤는데 다행히 아무도 나에게 관심이 없다. 그렇게 난 280원짜리 방콕의 시내버스 안에서 경계인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 있다. 결론적으로 공항에서 카오산까지는 두 시간 반이 걸렸다. 공항 배웅 한 번 하니 또 하루가 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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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국 지방도시의 주요 교통수단 썽테우. 이거에 비하면 버스는 VIP다>

고민 끝에 방콕에만 있으면 너무 늘어질 것만 같아 결국 치앙라이로 떠나기로 결심했다. 내 여행 중 가장 강렬했던 50일이라 치앙라이에서 여행을 마무리 하고 싶었던 것도 있었지만, 사실 단순히 비행기를 타보고 싶었다. 공항에 가니 괜히 헛바람만 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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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불편했지만 나름 정감 있는 방콕의 도미토리룸>

카오산 도미토리룸 동료들에게 떠난다고 하면 거창한 환송회라도 해줄 줄 알았는데 그런건 없었다. 인생이 원래 그런가 보다.(쳇) 만남과 헤어짐에 익숙한 사람들, 나 역시 여행이 길어지며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도 서운하지 않은 걸 보니 말이다. 방콕에서 이 여행이 끝날 줄 알았는데 다음날 난 공항으로 향하고 있다. 치앙라이로 가는 국내선을 타기 위해서...아니 단순히 그냥 비행기를 한 번 타보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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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도 있고 그런지라 공항까지는 택시를 타고 갔다. 방콕의 교통체증을 잘 알기에 비행기 출발시간보다 무려 두 시간 정도를 일찍 나왔다(딱히 할 일도 없었다). 시원한 택시에 앉아 똥폼을 잡고선 공항으로 향한다. 방콕도 안녕~이라 생각하며 상념에 젖어 있다. 하지만 공항이 그 모습을 드러내면서 그 상념 역시 박살이 나게 됐다.

201191593130[9].JPG<방콕을 거미줄처럼 연결하던 운하특급. 그리운 방콕이여 안뇽~>


당황스러웠다. 왜냐하면, 저 멀리 내 눈앞에 보이는 공항청사가 너무너무 거대하고 깨끗했기 때문이다. 내가 이용해야할 돈무앙 공항이 아니라 수완나폼 국제공항으로 와버렸다. 생각해보니 택시를 탈 때 돈무앙 공항이라고 안 그러고 그냥 사남빈
(공항)이라고 외쳤던 것 같다.

그리고 나서 아저씨가 뭐라뭐라고 물어봤는데 난 그냥 내가 어느나라 사람인지 물어보는 거 같아 “까오리(한국)”라고 했던 기억도 난다. 아마 아저씨는 어느 공항을 가냐고 물어봤던 거 같고 난 그 말에 그냥 “한국”이라고 외쳤던 것 같다. 그러니 모든 국제선과 대부분의 국내선 비행기가 뜨는 수완나폼 공항으로 아저씨가 나를 내려준건 당연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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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내가 갈 곳은 이렇게 크고 깨끗한 공항이 아닌데...>



20초 절망하다 시간을 보니 아주 절망적이진 않았다. 아직 1시간 10분 정도가 남았기에 제대로 밟아주면 치앙라이행 비행기를 무사히 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물론 차만 안 막힌다면... 그렇게 수완나폼 공항을 차 안에서 다시 구경한 후 돈무앙 공항으로 향한다. 차는 아주 쌩쌩 달리는 것도 아니고 아주 막히지도 않았다. 어쨌든 간당간당하게 비행기 출발 30여분 전에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급하게 택시비를 내고선(거금 600밧) 공항청사로 들어가는데 아차!! 트렁크에서 짐을 안 뺐다!!!

미친 듯이 내린 곳으로 달려갔는데 아저씨가 트렁크 문을 열고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 고마워서 아저씨를 와락 껴안아줄뻔 했다. 하마터면 짐 없이 맨몸으로 여행을 마무리 할 뻔 했다. 사람이 알몸으로 태어나도 옷 한 벌은 걸치고 간다는데, 난 그 반대가 될 뻔 했다. 그 순간은 너무나 정신이 없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눈물 나게 고마운 일이었다. 너무 경황이 없다.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못하고 헤어진 게 너무나 죄송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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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록달록한 지갑보다도 더 예뻤던 아저씨의 마음>


어쨌든 이걸로 4분 정도를 더 소비했다. 남은 출발시간은 대략 26분정도. 허겁지겁 오리엔트 타이항공 카운터로 갔는데...역시나 카운터가 한산하다. 하지만 아직 카운터가 닫혀있진 않았다. 과연 콘까올리는 그날 비행기를 탈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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