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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까올리의 독(獨)남아 여행기] Ep19. 카오산은 방콕이 아니랑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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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노매드 작성일70-01-01 09:33 조회2,81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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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까올리의 독(獨)남아 여행기]

Ep19. 카오산은 방콕이 아니랑께

2011. 08. 25. 목요일
노매드 관광청
콘까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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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2001년 2월, 파릇파릇한 자태를 뽐내던(?) 대학 새내기 콘까올리는 처음으로 외국 땅을 밟아보는 거룩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곳이 바로 방콕이고, 카오산 로드였다. 전 세계 여행자들이 모여드는 다국적 공간이라는 얘기는 익히 전해 들었다. 거기다 무언가 자유로운 공기가 넘치는 매력적인 곳이라는 얘기도 숱하게 들었다. 하지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갓 스물을 넘긴 어린나이에 본 카오산 로드는 그 자체가 신선한 충격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2011825183317[2].JPG<카오산은 사실 이렇게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실제 가보는 것이 더욱 짜릿하다>

이전까지 외국인과 대화를 해본 경험은 1학년 1학기 영어회화 수업 때가 전부였다. 원래 말이 많은 나였지만 영어회화 시간만큼은 정말 과묵하게 지냈던 걸로 기억한다.(그래서 그런지 난 그 수업에서 F를 받았었다). 이정도로 외국물 경험이 없는 내가 그렇게 많은 외국인들을 한자리에서 보았던 것도 처음이었고 싼 먹거리와 수많은 살거리, 이국적인 볼거리 등을 한꺼번에 접했던 것도 처음이니 흥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때의 충격과 강렬함 때문이었는지 그 때부터 카오산 로드를 동경해왔다. 학교를 다니고 군 생활을 하는 도중에도 “다시 한 번 카오산 로드에 꼭 가볼 거야.” 라는 다짐을 되새기며 항상 바깥세상을 동경하곤 했다. 카오산 로드는 나에게 동경이자 외국여행의 전부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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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가 태국인지, 유럽 어딘지 헷갈릴 정도로 서양인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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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둘라 형님들도 카오산에서는 더욱 빛이 난다>

카오산을 처음 만난 지 10년이 지난 지금, 다행스럽게도 난 꿈을 이뤘다. 이후로도 카오산에 대여섯 번 갈 기회가 있었던 것이다. 당연히 두 번째 갈 때, 세 번째 갈 때, 네 번째 갈 때마다 그 느낌은 확연히 달랐다. 카오산로드는 계속해서 변해갔고 나름 진화해갔으나 내가 처음 보았던 카오산의 모습은 점점 더 엷어지기만 했다. 예전의 자유스럽고 소란스러운 분위기는 정돈되고 깔끔한 분위기로 변해 갔으며 어설픈 히피문화와 짝퉁문화가 가득한 무국적 공간으로 변해만 가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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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산에 가면 누구나 히피가 될 수 있다?>

특히, 조잡하고 어설프게 흉내 낸 짝퉁 외국문화가 카오산 전체에 넘쳐흘렀다. 짝퉁 한국식당, 짝퉁 이스라엘 식당, 짝퉁 영국식 펍, 하다못해 짝퉁 태국음식까지....그렇게 극도로 상업화된 무국적 공간은 마치 우리네 인사동을 닮은 듯한 느낌이다.

오죽하면 태국에서 가격대비 가장 맛없는 음식을 먹으려면 카오산으로 가라는 말이 있을까? 물론 자주 접하게 된 점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이전과 같은 카오산의 충격과 즐거움, 편안함은 더 이상 찾기 어려웠다. 내가 처음 카오산을 만나기 한참 전인 90년대 중반은 더욱 더 천국이었다고 하니 선배여행자들의 박탈감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2011825183317[6].JPG<론리플래닛을 전문(?)으로 파는 카오산의 헌 책방. 저게 다 내꺼였으면...>

물론 전 세계 여행자들이 모여드는 독특한 공간임에는 틀림이 없다. 나 역시 방콕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이 아직 카오산 로드다. 외국여행을 꿈꾸거나 처음 외국을 접하는 분들에게 반드시 가봐야 할 곳 일순위로 카오산로드를 추천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 자체의 분위기와 경관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카오산은 반드시 한 번쯤 꼭 가보자.

2011825183317[7].JPG<흥겨운 축제의 거리 카오산. 짝퉁 문화의 무국적 공간이라 하지만>

하지만 카오산에 대한 맹목적인 동경만큼은 피하고 싶다. 카오산만 보고서 태국의 모든 것을 보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카오산에서 한 발자국만 벗어나면 더욱 더 매력 있고 태국스러운 볼거리와 맛있는 먹거리, 친절한 사람들이 가득하다. 물론 여행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방콕에서 더욱 즐겁고 매력적인 곳에 관심이 있다면 카오산 바깥으로도 시선을 한 번쯤 돌려보길 권한다. 진짜 태국은 그순간부터 시작일테니!

2011825183317[8].JPG<기자증, 학생증 등등...카오산에서는 위조신분증도 모두 만들어 드려요>

예전 2003년에 학교도 바꿔치기 해서 가짜 학생증을 만든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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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카오산에 대한 날선 비판을 마구 쏟아부었지만 나 역시 지금 카오산에서 빈둥거리고 있다. 아니 올 때마다 항상 카오산에 들리게 된다. 왜냐? 일단 편하다. 딱히 나를 불러주는 곳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가격면에서도 무척 싸다. 카오산을 벗어나면 저렴하게 묵을만한 게스트하우스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나 홀로 여행에 지쳐갈 때쯤 여행친구를 만나기 가장 수월한 곳이 카오산이기도 하다. 욕하면서 배우는 게 제일 무섭다고...나 역시 내가 비판하던 사람들과 똑같은 음식을 먹고 똑같은 여행을 하며, 같은 공간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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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이라는 게 항상, 등따숩고, 신나고 배부른 건 아니여~>

이 곳 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100밧짜리 도미토리 룸 역시 싸고 시원하고 나름 깔끔하다. 일단 가격이 싸니 장기여행중인 나에겐 유일한 옵션인 셈이다. 마음에 안들어도 묵어야 한다. 사실 올 때부터 방이 차있으면 어떡하나 걱정까지 했다. 최근 카오산의 물가가 오르면서 저렴한 도미토리룸이 많이 없어지는 추세다. 그래서 그런지 이 숙소는 한국인 게스트하우스임에도 불구하고 저렴함을 원하는 다양한 국적의 여행자들도 함께 찾아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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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온 여행자들부터 미국에서 왔다는 남자, 인도네시아에서 왔다는 남자, 일본에서 왔다는 남자, 중국에서 왔다는 남자....대부분 말도 안통하고 서먹한지라 모두 따로따로 놀았다.(그들의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다.) 눈치를 보니, 한국인들끼리는 어느 정도 지내며 각자 암묵적인 팀이 만들어 진 듯하다.

밤문화팀, 유적관광팀, 투어팀, 폐인팀....서로 독립적이면서도 끼리끼리 노는 분위기였다. 낮에도 숙소를 지키고 있는 폐인팀 덕분에 도미토리는 항상 조용했다. 독립적인 건 좋으나 패가 갈리는 건 싫다. 특히 내가 그 중 어떠한 패에도 속하지 못했다는 게 더욱 나를 슬프게 만들었다. 그렇게 약간 무미건조하고 나긋한 긴장의 하루하루가 되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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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산 길거리 샵 최고의 아이템. 각 나라의 만국기, 배낭에 달고 다니면 나름 간지난다>

영국에서 온 여성 여행자가 짐을 풀었다. 맨체스터에서 온 “사라”라는 여성 여행자인데 한눈에 보기에도 전형적인 금발의 미녀였다. 조용하고 나른했던 도미토리가 갑자기 벌집을 쑤신 듯 시끄러워졌다. 옆에서 흐느적거리며 누워있던 40대 형님이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는 기적도 구경할 수 있었다.

안 씻고 버티던 여행자들이 하나둘씩 화장실로 가 샤워를 하고 왔다. 그렇게 사라는 도미토리 방 최고의 인기스타가 되었다. 많은 여행자들은 가만히 있는 그녀에게 물을 사다주고 수박도 사다주고 땅콩도 나눠주고 알아서 말을 걸어줬다.

2011825183318[1].jpg2011825183318[2].jpg이름이 사라라고? 오 사라포바 보다도 네가 훨씬 더 예뻐

2011825183318[3].jpg땡큐^^

2011825183318[4].jpg2011825183318[5].jpg맨체스터 출신이면 박지성 알겠네. 나 맨유팬이야.

2011825183318[6].jpg쏘리. 난 애버튼 광팬이야. 맨유에 관심없어.

2011825183318[7].jpg2011825183318[8].jpg.......(애버튼에 대해 아는 게 없으니...)

2011825183318[9].jpg2011825183318[10].jpg영국식 영어는 정말로 근사해 솜사탕 굴러가는 느낌이야

2011825183318[11].jpg 땡큐 베리 머치

그녀는 “땡큐”“땡큐베리머치” 를 입에 달고 살았다. 그렇게 고마워할 일이 많을 수가 있다는 게 신기하기만 했다. 미모의 여성 여행자 한 명으로 인해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그녀는 잠시 쉬지도 못할 정도로 수많은 질문공세와 애정공세에 시달리다시피 했다.(좀 즐기는 것 같았다). 하다못해 밥한 끼를 먹어도 3~4명의 남자 군단을 대동하고 다닐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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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와 흥정하는 미모의 여행자. 사라와는 관계없는 여인들임>

난 그들을 철저한 외부인의 시선으로 한심하게 보되, 동참할 건 다 동참했다. 밥도 두어 번 같이 먹어봤고 술도 두어 번 같이 먹어봤고 어쨌든 나 역시 한심한 무리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던 것 같다. 그 와중에도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아무래도 우위를 점해가며 질서가 형성 되어갔다. 특히 S형님의 공세는 김치가 생각날 정도로 오글거리기 까지 했다.

그렇게 모락모락 화기애애 하던 중, 도미토리내 모든 남자들의 가슴에 못질을 하는 일이 생겨버렸다. 우리의 히로인 사라가 외박을 했던 것이다! 많은 남자들은 그날 새벽 4시까지 술을 마시면서 그녀를 애타게 기다렸다. 모두들 사라가 안오는 이유에 대한 의견을 내놓고 토론까지 벌였다. 우리가 낸 결론은 “바람났다” 였다. 과학적 분석과 합리적 토론 끝에 나온 결론이라 모두가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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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산 길거리에서 호객중인 뚝뚝기사는 200% 조심해야 함>

다음날 그녀는 얼굴이 빠알갛게 상기된 채 정오쯤에야 돌아왔다. 그리고 그날 바로 짐을 싸서 숙소를 옮겼다. “안뇽(한국말로)” 이라는 말만 남긴채...나중에 수소문을 해보니 이탈리아에서 온 다른 남자 여행자와 눈이 맞아 조인을 했다고 한다(이걸 밝혀낸 한국여행자들이 더욱 대단했다). 그녀가 떠난 그 날 이후 다시 또 도미토리의 분위기는 촥 가라앉았고 남자들은 담배만 계속해서 피워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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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산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길거리 음식, 바나나 팬케익>

하지만 도미토리에 변화는 있었다. 사라를 중심으로 서로 경계하던 남자여행자들이 하나가 되었다는 것이다. 레닌동상이 철거되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을 때도 이보다 더 극적이진 않았을 것이다. 그녀를 중심으로 이렇게 어색함을 덜게 됐으니 사라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건가? 처음엔 그렇게 어색하고 맘에 안 들던 사람들이었지만 안면을 트고나니 모두 괜찮은 친구들이었다.

처음엔 다들 잘난 척하고 그런 것 같더니 알고 보니 나대는 것을 좋아하는 친구일 뿐이다. 처음엔 다들 안 씻고 지저분해 보이더니 그저 털털한 친구들일 뿐이다. 말이 많아서 재수없는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유쾌할 뿐이며, 지독하게 우울해 보였던 친구는 과묵했을 뿐이었다. 이 나른하고 지루한 카오산을 탈출할만한 멤버가 즉석에서 구성됐다. 이제 집에 돌아갈 날이 가까워져 온다. 후회 없이 이 순간을 즐기리라.

여행 중 카메라가 완전히 박살난지라 태국 이후로 사진이 하나도 없다. 따라서 최고의 태국전문가이자 방콕나비 가이드북의 저자인, 쿠라의 사진을 싹 다 빌려왔음을 말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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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쿠라?? 콘까올리 보단 정상같지?>

<사진제공 : 노매드 KO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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